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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민주당, 파멸의 길을 갈 것인가

기사입력 2022.06.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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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칼럼> 민주당, 파멸의 길을 갈 것인가

    박일훈 법학박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5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63곳,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 중 2곳을 겨우 챙겼을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선방했다”라고 말한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경기도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라고 했고 김정란 시인은 "이재명 덕분에 몇 석이라도 건졌다”라고 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은 ‘0.73%포인트 차’ 석패를 앞세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위하면서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결국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이 되었다. 지방선거 직후인 2일 민주당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빼면, 혹자는 "대선 패배 원인의 분석과 평가, 당 혁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게 모든 비대위원들의 생각”이라고 해명했고, 혹자는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 우리는 완벽하게 졌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거듭 변화와 혁신을 명령했다”며 SNS에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모든 게 다 안갯속이다. 아니, 민주당은 사실상 내전에 휩싸였다. "이재명만 살았고 당은 죽었다”,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 등 날 선 비판들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졌잘싸’, 이 한 마디로 그동안 억눌러 왔던 분노가 증폭되는 느낌이다.

    대선서 지고 조기 등판을 감행한 이재명 의원은 즐비하게 늘어선 자당의 지방선거 낙선자들을 지켜보고서도 과연 당 대표로 나설 수 있을까. ‘방탄조끼 시리즈’이자 ‘대선 연장전의 연장’이라는 시비에 휩싸일 것이 뻔한데 당은 과연 잘될 수 있을까. 앞으로 열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을 이길 대항마는 있는가.

    4년 전 151곳에서 63곳으로 급감한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지역구에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은 2년 후 자신의 총선이 위태로워졌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당내 정치 공방은 예민해지고 또 거칠어질 것이다.

    현재로선 내전의 끝이 어딜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과연 내홍의 시간이 혁신의 시간이 될지, 자멸의 시간이 될지는 오롯이 민주당에 달렸다. 흥분의 도가니에서 출발했던 문재인 정권의 말로가 사뭇 달라서 비참하기까지 하다.

    민주당의 내전은 소위 친문계가 포문을 먼저 연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은 문 정권의 국정 실패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른바 586 정치인들은 대선과 지선 내내 교체대상으로 몰렸다. 폭주에 앞장섰던 일부 초선들은 계속 당을 휘두를 태세다.

    그나마 바른 소리를 하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눈에는 젊은 혁신위원장감이었는데, 동반 사퇴를 당해야 했고 일부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지금도 독한 화살 세례를 받고 있다. 0.15%포인트로 가까스로 이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과연 그의 소감대로 ‘민주당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과거 오랫동안 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 정의 대 불의의 구도를 자양분 삼아 성장해왔다. 어찌 보면 보수 정당들이 보였던 낡은 행태로부터 종종 반사이익을 받아왔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민주당은 그 낡은 구도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당권 투쟁에 호흡이 가쁘더라도 이제 국민에게 무엇을 반성한다는 설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여전히 민주당은 강성 팬덤들에게 포획되어 있어서 민주적 논의는 억눌려져 있고 청년들은 주로 이벤트 행사에 이용될 뿐이라면, 단언하건대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민주당에는 미래담론의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하기 위한 토양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왜 미래형 역량을 지닌 정치가를 떠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치열하게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또 그것이 핵심이다. 이대로 당권 투쟁을 해본들 아무 답이 없으려니와 국민들도 아무 설렘이 없다.

    민주당이 아직까지 ‘민주화 세력의 정신적 우월론’에 의지하기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그 깃발로 남루해졌다. 오히려 곳곳에 ‘무능의 덫’이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세금을 큰 폭으로 올리더니, 선거 때가 되자 "종부세를 깎아주겠다”라며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측은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현금을 더 준다고 국민의 삶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고, 일을 제대로 하다 보면 국민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반면에 선거 때 득표 계산에만 초점을 맞춘 정치 공학은 상대적으로 쉽고 손에 익으면 짜릿하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 민주당은 어느 쪽이 주특기였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들어 국민 다수는 현금을 기꺼이 받으면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일훈1_3x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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