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IT 이야기> 하얀 눈, 두 얼굴의 야누스

기사입력 2023.01.17 11:26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IT 이야기> 하얀 눈, 두 얼굴의 야누스

    金在珥(동신대학교 명예교수, 공학박사)

     

    지난 연말 22일부터 24일까지 호남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북 순창의 경우 63.5㎝를 기록했으며 광주지역도 40cm나 내렸다고 한다. 이는 기상청이 적설량을 관측한 지난 1939년 이후 3번째로 많이 내린 매우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이같이 많은 눈이 내리자 농가와 축산 분야 시설하우스의 파손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물의 냉해와 양식장 피해 그리고 상수도 시설 동파신고도 많았단다. 잠정적으로 집계된 호남지역의 재산 피해는 20여 억원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만큼 피해 신고·조사가 마무리되면 그 피해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폭설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에 얼음 막이 생기는 블랙아이스(Black Ice) 현상으로 각종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하지만 도로 제설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동이 많은 연말연시에 시민과 운전자들의 불편이 컸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발생한 눈길 고속도로 사고는 모두 103건으로 12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평균 11%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 9.5%보다 높았다. 한국도로공사가 매년 겨울철 눈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며, 지난달 15일부터 3월15일까지를 고속도로 특별 제설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사용량의 138%에 해당하는 염화칼슘 2만 3000t과 소금 17만 3000t을 준비했으며, 1000대의 제설 장비와 2300여명의 인력도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로의 인도와 골목길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빈번히 발생했다. 폭설이 내리면 주요 도로와 위험한 도로부터 제설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 집 앞 도로는 눈이 얼기 전에 시민 스스로 치우는 희생과 봉사 정신이 필요하다. 폭설이 내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도로 곳곳에 치우지 않고 녹지 않은 얼음 눈이 사고 위험으로 도사리고 있다.

    하얀 눈이 퍼얼 펄 내리면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설레이게 된다. 그런데 현대인의 발이 된지 오래인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그 순백의 아름다운 눈이 원망스럽게 된다. 필자는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무던히도 제설작업을 많이 한 경험이 있다. 가을이 되면 모든 부대원들이 산에 가서 싸리나무를 베어 가지고 와서 겨울동안 제설작업에 사용할 빗자루를 만드는 동시에 나무 넉가래를 넉넉하게 만들어 놓고 겨울철에 눈이 내리면 막사 주변과 도로를 즉시 제설작업을 해야 했다. 젖은 작업화를 말릴 새도 없이 다시 신고 작업을 해야 해서 동상 걸린 전우들도 있었다. 전역 이후엔 눈이 오면 또다시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좋아했으나 운전을 시작한 중년부터는 순백의 하얀 설경은 좋은데 자동차의 눈길 사고에 대한 걱정으로 이중적인 감상을 갖게 되었다.

    요즘은 눈 쌓인 도로에 제설차가 다니면서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은 낯익은 풍경이다. 또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눈이 올 기미만 보이면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이 염화칼슘을 뿌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염화칼슘이 눈 덮인 도로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염화칼슘은 고체 상태에서도 주변 공기가 머금은 습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는 조해성(潮解性)이 있다. 즉 염화칼슘을 길 위에 뿌리면 일단 주변 공기에 있는 수증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으면서 염화칼슘 수용액이 된다. 이 염화칼슘 수용액이 얼음과 닿으면서 얼음을 녹이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염화칼슘 수용액과 합쳐져서 어는점 효과를 보게 된다. 웬만해서는 다시 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염화칼슘은 차량 부식을 심하게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는 한편 –10℃~0℃의 조건에서는 소금(염화나트륨)의 제설 효과가 더 클 수도 있고, 미끄럼 방지 효과도 필요해서 실제 제설작업 시에는 소금과 모래를 함께 섞어서 뿌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도로에 쌓인 눈이 대개는 수 시간 내에 녹지만 지난 연말은 100년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한 눈 폭탄이 짧은 시간에 쏟아진 탓에 각 지자체와 방재 당국은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한 각 지자체는 제설작업 여파로 발생하고 있는 포트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 보수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도로 위에 발생한 작은 구멍인 포트홀을 피하지 못하고 자동차가 지나가게 될 경우, 접촉 사고의 위험이 높을 뿐 만 아니라 타이어의 휠이 파손되거나 쇼크업소버(쇼바)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설물 부식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염화칼슘에 비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써 도로에 열선을 매설하는 스노우멜팅(Snowmelting) 시스템을 제설 취약 구간에 확대 설치했으면 한다.

    제설기를 이용한 밀어내기와 제설제 살포기를 통한 녹이기 위주인 현재의 제설작업으로는 폭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위성항법장치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제설을 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시급히 첨단 제설 방법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서둘러야 하겠다.

    눈은 신기하게도 어린애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지만, 자칫 눈길 사고로 큰 불행을 안겨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안전하고 빠른 제설대책을 마련하여 하얀 눈이 내리면 사고 걱정없이 동심의 세계에서 겨울의 낭만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2.jpg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