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발행인 칼럼> 잘못이 있으면 고칠 줄 아는 새해가 되자

기사입력 2023.01.17 11:39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발행인 칼럼> 잘못이 있으면 고칠 줄 아는 새해가 되자

    박일훈 법학박사

     

    2022년 12월 말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이 설문에 응했다. 과이불개는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은 사자성어 ‘욕개미창(慾蓋彌彰)’은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과이불개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가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 특히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나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라는 등의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아울러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서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라고 개탄한 교수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념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는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60대·사회)”하다는 답변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 중 대다수는 향후 개선 방향으로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60대·사회)”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말해 "남탓보다는 제탓하기(60대·의약학)”의 자세가 바람직하겠다. 동시에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사회(50대·인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집단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는 의견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사자성어 과이불개는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공자가 하신 말씀이다. 논어 자한(子罕)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자의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 즉, 君子不重則不威니 學則不固라. 主忠信하며 毋友不如己者오 過則勿憚改니라고 하신 말씀이다. "군자는 신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학문을 익혀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과 신으로 중심을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라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런 실수와 잘못을 할 때마다 제대로 된 반성 위에 원인과 분석을 토대로 개선해 나간다면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고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꾸며서 얼버무리려는 작태는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호통치신다(논어: 小人之過也, 必文).

    한편, 문재인 정부 마지막 순간에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 서명한, 이른바 심야 입법(midnight legislation)인 ‘검수완박법’은 입법권 남용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검찰이 방대한 독자적 수사 인력을 가지고 있어서 별 시답지 않은 사건까지도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경찰이 기소를 요청하는 사건만을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응당 검찰이 가지고 있어야 할 수사권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싹 박탈해버려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법치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동한 사람들, 그들은 아마도 잘못한 것이 많은 이들이리라. 뒤가 구리고 구려 끝내는 현 정부 끝나도록 밤잠도 이루지 못하리라.

    180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연방파가 이런 식의 ‘심야 입법’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이끄는 공화파에 대항했다. 그러나 결국 연방파는 무너져 없어지고 공화파가 24년 동안 집권을 했던 역사야말로 오만한 입법의 결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일 것이다.

    지난 정권 말기에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체성을 걸고 추진했던 공수처, 정당명부제, 부동산 세금 중과, 검수완박 등이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민심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일이다. 대선에 이어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랬고, 그리고 이제 곧 닥쳐올 내년 4월 10일 총선에서도 말이다.

    물론 현 윤석열 정부가 다 잘한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선(次善)을 택할 줄 안다. 최악(最惡)의 구렁텅이에 나라가 빠지는 걸 원하는 국민은 없으니 차악(次惡)이라도 퍽 다행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다. 주처(周處)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하듯 자기 잘못들을 고치고 다듬어 올해는 모두 새로워지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일훈1.jpg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