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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기대할 수 없는 어느 가족의 죄의식

기사입력 2023.02.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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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칼럼> 기대할 수 없는 어느 가족의 죄의식

    박일훈 법학박사

     

    지난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문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실형(實刑)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재판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 7개 중 6개,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압력과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원 수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A4용지 375장 분량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 13개 중 8개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법적 판단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 재판부는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던 피고인(조 전 장관)이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린 채 오로지 자녀의 입시에서 유리한 결과만을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떠한 편법도 문제 될 것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교육기관들의 입학 사정 업무가 실제로 방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져 갔던 점을 고려하면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피고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 대립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 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정상적 감찰을 정치권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중단시켰다”며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찰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조 전 장관 판결문에는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족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증거로 제시돼 있었다. 조민씨는 2016년 5월 노환중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 지정 기부한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는데 그해 7월 지도교수에게 "교수님 성적 나왔는데ㅠㅠ 다른 두 과목은 괜찮고 각론1을 예상대로 엄청 망…꼴등했습니다ㅠㅠㅠㅠ”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조씨는 그해 10월에도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다. 조씨가 가족 채팅방에서 "제가 (장학금) 수상받으려 지나가는데 교수님들이 ‘아버지랑 많이 닮았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자 조 전 장관은 "부담되겠지만 할 수 없느니라ㅎ”라고 답했다.

    그후 조씨는 2017년 3월 16일 가족 채팅방에서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부산대 의전원) 노환중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제가 탈 건데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음!”이라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 정씨가 "ㅇㅋ.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 척 해라”라고 답했다. 식구들끼리 나눈 문자 메시지가 참으로 볼썽사납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민정수석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이후로 조씨가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뇌물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은 "민정수석이 장학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적으로 받아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6일 조씨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인 조 전 장관이 지난 3일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이 같은 심경을 밝힌 것이다.

    조씨는 이날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제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도 했다. 조씨는 자신의 의사 자격 논란에 대해서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수는 없다”며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동료, 선배들이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 아니냐”고 묻자, 조씨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조씨는 현재 허위 인턴십 확인서나 표창장을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사실이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인정돼, 지난해 4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됐다. 하지만 조씨가 해당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1심 판결 전까지는 입학 효력이 유지된다.

    조씨가 너무 당당하게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을 보노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많은 국민은 조씨를 두고 어린 사람이 부모의 삐뚤어진 교육열 성화로 그동안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죄의식 때문에라도 받았을 상처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분명 누군가는 조씨 때문에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을 일이다. 조씨 아버지 조 전 장관은 수많은 ‘내로남불’로 사람들의 혀를 차게 했고 국론까지 분열시켰지만, 끝내 잘못 하나 없다며 회고록까지 냈다.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제출한 조씨의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고 한 2020년 어머니 정경심씨의 재판부 판결과 이번 조 전 장관의 1심 판결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떳떳하게 살아왔다는 조씨의 공연한 호기에 살빛 낮달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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