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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야기> 한국의 라스베이거스–새만금?

기사입력 2024.02.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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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이야기> 한국의 라스베이거스–새만금?

    金在珥(동신대학교 명예교수, 공학박사)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CES'는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이다.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비롯한 전시장은 전 세계 150여 개 나라에서 온 4천개 이상의 참가기업과 14만명 이상 참관자들의 열기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CES 주관기관인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TA) 설립 100년째를 맞아 열린 이번 『CES 2024』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던 만큼 전 세계 언론과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1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 AI가 침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의 확장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 주제는 모든 산업을 포괄한다는 의미의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으로 정해졌다. 오토모티브와 인프라, 헬스케어, 스마트홈 등 전 산업에서 드러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박람회의 최대 화두가 되었으며, 전년도를 뛰어넘는 헬스케어, 교통, 스마트홈, AI 등 각종 분야의 혁신 기술을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760여 업체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KOTRA가 참여하는 통합 한국관에도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대학교 등 총 32개 기관과 443개 기업이 참가하여 이번 박람회에서 국내 기업들의 AI 기반 신기술을 뽐냈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Las Vegas)는 미국 남서부 네바다주에 있는 우리 한국인은 물론이고 세계의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다. 유명한 만큼 ‘네바다 사막의 빛나는 보석’,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 ‘24시간 잠들지 않는 불야성의 도시’ 등 수식어도 많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밝히는 상징적인 네온 불빛의 대명사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과 카지노가 들어선 6㎞가 넘는 길이의 유명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은 조명, 색상, 엔터테인먼트로 활력이 넘쳐난다. 라스베이거스는 도박꾼과 올빼미족만을 위한 안식처가 아니며 미식가들의 천국이어서 세계적인 유명 셰프가 만든 경이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즐거움과 럭셔리함 그리고 특별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인 셈이다. 또한 유명한 협곡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자연의 경이감과 위대함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필자는 한창이던 중년에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는데 일과를 끝낸 저녁 무렵 호기심에 카지노 구경할까 하고 호텔 방을 나왔다. 객실 규모가 4,000여 개의 초대형 호텔이라 돌아갈 때 헤매지 않으려고 두리번 두리번거리면서 카지노 게임장 근처까지 왔다. 그때 수다를 떨고 지나가는 말괄량이 아가씨 4~5명이 대뜸 "Are you free tonight?”(오늘 밤에 시간 있어요?)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대꾸도 하지 않고 얼른 숙소로 돌아가 버렸지만, 훗날 생각해보니 점잖게 타이르지 못하고 촌티를 낸 것 같아 내내 쑥스러웠다.

    그런데 이 라스베이거스는 본래부터 화려한 도시가 아니었다. 미국 서부 네바다 주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쓸모없는 땅이었던 것이다. 18세기 라스베이거스 계곡을 처음 발견한 스페인 사람들이 '푸른 초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초원'을 의미하는 ‘라스베이거스’라고 이름 지어졌다. 즉 이곳은 황량하고 광대한 사막으로 과거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네바다에서 금과 은 그리고 철이 발견되면서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1905년 남캘리포니아와 솔트레이크시티를 잇는 철도가 완성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광산의 열풍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대공황이 시작되었고,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네바다주에서는 세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도박을 합법화하였고, 이와 함께 후버대통령이 후버댐 공사를 시작하면서 댐과 라스베이거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여 풍부한 물이 공급 가능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카지노와 휴양시설이 건설되기 시작되었다.

    이때까지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히 도박과 환락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였으나 이후 많은 투자와 이미지 개선을 통해 현재는 가족 단위의 관광과 건전한 엔터테인먼트, 레저, 컨벤션을 비롯한 비즈니스 타운으로서도 인정받는 도시가 되었다.

    독자들께서는 지난 여름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를 기억하실 것이다. 전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 축제 활동으로 전 세계 150개 스카우트 회원국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참가한 우리나라를 알릴 수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졸속 준비와 운영으로 행사가 파행되어 국가적 수치심을 안겨주고 말았다.

    새만금은 라스베이거스보다 50여 제곱킬로미터 넓은 400여 제곱킬로미터의 토지와 호수로 되어있고, 방조제는 총 길이가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있다. 매립작업과 부지조성은 2020년 끝났으며 간척사업 후 산업단지, 신도시, 관광지 그리고 농업용지로 개발될 예정이었는데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그야말로 사막 아닌 사막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태계의 보존가치가 높은 그 중요한 갯벌을 왜 막았는지 물음표의 연속이다. 라스베이거스를 사막에서 오늘날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듯이 이 작은 칼럼이 새만금을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정책추진의 트리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CES 2050』은 IT강국 한국의 새만금에서 개최되기를 꿈꿔본다. 또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관광객이 인근의 그랜드캐니언 같은 대자연을 찾듯, 새만금을 방문한 관광객이 ‘천사의 섬’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 서남해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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