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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달산 산책로> 봄날, 목포대 정류장에서

기사입력 2024.04.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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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4월 무안의 봄날… 요즘 계절은 애당초에도 추운 겨울은 없었다는 듯이 벚꽃 나무의 가지 사이로 따뜻한 미풍이 감돌며 완연한 봄날이다. 머리 위로 휘날리는 벚꽃들은 화창한 봄날의 선물인 양 한사코 이마의 애교머리를 흘러내리며 간지럼을 메긴다.

    누가 말했던가, 봄은 젊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그런데 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봄날이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화려한 봄맞이가 과연 몇 번이나 내게 허락되어 있는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애달픔이 마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목포 문학관에 시 창작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목포대 앞 플랫폼에서 목포로 가는 200번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한발 늦어 전광판에는 앞으로 20분 후에 200번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란다. 나는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고 포근한 봄날이라 아무 걱정도 없이 차분하게 다음 차를 기다리다 보니 옛날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옛날에는 목포대 앞 버스 정류장이 목포 방면 이정표와 바람막이도 없는 지붕에 긴 의자만 달랑 놓여 있었다. 그 시절 무안 사람들은 이른 아침 첫차를 타야 목포 도깨비시장에 내다 팔 농산물과 유명한 복길리 낙지를 팔기 위해서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덜커덩거리는 만원 버스를 비집고 타야 했다. 월간 잡지나 수험서 등을 목포 시내 도매 책방에서 사다가 목포대 구내서점에 갖다 놓고 팔기도 했던 나는 가끔은 그 만원 버스를 이용하곤 했다.

    지금은 버스 정류장이 이정표 대신에 버스 도착 시간을 수시로 알려주는 전광판이 근사하게 달려 있다. 앉는 자리에는 난방 시설도 갖추어져 있고 자동문 장치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이쯤이면 아주 멋들어진 현대식 쉼터가 아닐 수 없다. 전광판은 내가 타야 할 버스가 2분 후면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있으니 격세지감에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건너편 정류장은 삼학도에서 무안 종점으로 가는 200번 버스와 남악에서 무안 종점으로 가는 100번 버스, 그리고 무안 공항으로 가는 버스들이 정차한다. 맞은편 정류장으로 가벼운 옷차림의 멋진 대학생들이 줄줄이 내리면서 저마다 청운의 꿈을 그리며 대학 교문을 들어가는 뒷모습들이 가로등처럼 즐비하게 서 있는 벚꽃 가로수 터널의 봄날 맑은 햇빛에 반사되어 한 폭의 그림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발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 나는 자가용 이용자들이 그다지 부럽지 않다. 예전 만원 버스와 달리 한산한 좌석버스에 앉아 넓게 보이는 창밖을 보면 아지랑이가 봄날 햇살에 부서지고, 산자락에는 진달래, 들 매화, 노란 개나리들이 한창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라탄 버스는 외곽 노선을 미끄러지듯이 달려 나가고 머릿속에 시상은 저절로 떠오르고 그렇게 다듬어지는 시는 다시 그림으로 이어져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응얼거리게 된다.

    나는 정말이지 날로 발전해가는 이 지역에서 아름다운 문학을 배우고 그림을 배우고 때로는 농사일도 배우며 소소한 일상생활이 즐거워 무안에서 사는 것이 정녕 자랑스럽기만 하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무안은 인구가 별로 줄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인구 10만 명의 도시가 되기 위해 무안군은 인구증대에 팔을 걷어 올리고 있고 전라남도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다고 한다.

    무안군이 앞으로 시로 승격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안의 교육, 전라남도의 교육,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는 이곳 무안에 바로 목포대학교가 당당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정녕 나는 자긍심을 가진다.

    어디 그뿐이랴. 무안읍내에 초당대가 있고 청계 상마리에 폴리텍대학도 있다. 그래서 내가 사는 이 지역은 교육의 도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참으로 복 받은 지역이다. 그리고 양파의 고장 무안에는 산이 수려하고 바다에는 갯벌 낙지로 유명하다. 토지가 기름지고 다양한 농산물이 풍부해 사람들의 인심 또한 풍요로워 마치 따스한 봄날같이 훈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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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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