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스목록
-
생명일꾼 백남기 농민 5주기에 즈음하여가톨릭 농민회 전 회장 배 삼태 80년대에 나는 가정 형편 때문에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무안에서 농사를 지었다.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였고 농민운동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톨릭농민회 무안군협의회 총무직을 맡아 농민운동에 전념하였다. 그무렵은 전두환집단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무문별하게 외국 농축산물을 수입하여 소값은 폭락하고 농업 농촌은 급속도로 해체되는 시기였다. 그때당시 농민운동 진영은 군부독재가 물러나면 농업 농촌 농민들이 잘사는 세상이 오리라 믿고 6월항쟁에 앞장서서 싸우는 등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중심에서 열심히 투쟁하였다. 6월항쟁 때 나는 무안에서 목포에서 또는광주에서 온갖 최루탄을 뒤집어 쓰고 백골단에 맞서 정말 열심히 싸웠다. 6월26일은 광주 터미널 근처에서 백골단에 연행되어 광주 광산경찰서 유치장에서 6,29선언을 맞았다. 그때 당시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 농민운동 지도자들은 대통령직선제만 되면 민주정부가 수립되고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농산물값도 제값 받고 농민들이 잘사는 세상이 올줄알고 모두들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농민운동이 필요없는 세상이 오는줄 알고 무안에서 농사만 짓고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가톨릭농민회 보성 고흥협의회 회장님이신 백남기 회장님이 무안에 나를 찾아 오셨다. 백남기 회장님이 나를 찾아 오신 이유는 가톨릭 농민회 전남 연합회 총무를 맡고 있던 백종덕씨가 전국본부 실무자로 가게 되는데 내가 그 후임을 맡아 주라는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후 사회적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 큰조직의 실무책임을 맡을 자신이 없어 쉽게 결정을 내릴수가 없었다. 그런데 백남기 회장님은 나보다 열두살 위인 띠동갑에 학생운동 경험도 풍부하셨다. 뿐만 아니라 학생운동 중 수배되어 수도원으로 피신하여 수사생활도 하셨고, 80년5월17일 신군부에 연행되어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에 엮여서 징역을 살다 특사로 풀려나 소를 키우다 소값 파동으로 많은 빚을 지고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여 보성 고흥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하였다. 백남기 회장님 설득에 나는 가농 전남연합회 총무를 맡을수밖에 없었다. 6월항쟁 직후는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와 농업농촌의 위기가 겹치면서 농민운동이 지금보다는 훨씬 강했고 가톨릭 농민회도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농민운동 단체가 난립 되어 있었기 때문에 농민운동단체의 통일이 시대적 과제였고, 가톨릭 농민회도 시대적요구에 부응하여 1990년도에 전농이 창립 할 수 있게 결의를 하고 가농은 생명농업과 직거레운동등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과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전념하게된다 가농 전남 연합회의 격랑의 시기에 가농 전남연합회 회장이 바로 백남기 회장님 이다 물론 가농 전남연합회 총무는 내가 계속 맡았지만 6월항쟁과 80년대 말 각종 농민집회 때 가장 선두에서 최루탄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나는 89년도에 폐기능이 많이 손상되어 무안 한산촌에 요양을 하게된다. 그래서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 후임 총무는 함께 사무실에서 갖은 굳은 일을 도맡아 했던 최강은씨가 맡게 되었다. 무안 한산촌에서 완치된 나는 무안에서 농사일과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전념하였다. 백남기 회장도 가농 전남연합회 회장임기가 끝난후 보성에서 우리밀과 주잡곡 농사를 지으며 자녀 셋을 키우고 대학 보내느라 허리가 휘었다. 나는 청계농공단지에서 가농 선배님들과 우리밀 제분공장과 국수공장 빵공장을하다 1998년 우리밀살리기 전국본부가 부도남에따라 함께 연쇄부도로 빚방석에 앉았다가 최근에야 빚에서 해방되었다. 그 어려움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틸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남기 회장님이 중심에서 같은 처지의 선후배들과함께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빚의 규모도 만만치 않은데 전혀 어려운 내색 한 번 없이 당당하게 사시면서 정도가 아니면 가지않은 그 결기야 말로 과거 우리사회에서는 선비정신이고 요즘 종교로치면 수도자의길 민중운동 하는 사람들은 민중운동진영의 지도자의 길이 아닌가 한다. 2015년11월1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가 있기 한달전인 2015년10월14일 무안에서 전남가농동지회 회원 모임이 있었다. 그때 전남 가농동지회 회장은 백남기 회장님이었다. 그때 그 모임에서 주로 나누었던 이야기는 참석자 모두가 평생을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서 운동을 해왔지만 작금의 현실은 너무 절박하다. 비록 나이는70대 80대가 되었지만 "다시한번 지혜를 모아서 총력투쟁을 하자"고 결의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날 무안회원들이 멀리서 오신 회원들을 위해서 음식준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무안 낙지와 무안 숭어 소고기육회등을 넉넉히 차렸다. 그날 백남기 회장님은 가시면서 몇 번이고 너무 좋은 음식을 많이 마련해줘서 고맙고 행복했다고 하셨다. 마음 같아서는 다음해에는 보성에서 가농 동지회를 개최하여 농민동지회회원들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당시 내년인2016년도가 칠순이라 칠순에 네덜란드 막내딸인 민주화집에 가서 칠순을 세고 유럽여행하기로 계획이 잡혀서 가농 동지회는 2017년에 보성서 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한 달 후 2015년11월14일 광화문에서 보성농민회 깃발아래 당당히 서있는 백남기회장을 보았다. 그날 백남기 회장이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서 그 큰십자가를 메고 다시오지 못할 먼길을 떠날것을 알았더라면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막걸리라도 한잔 대접했을것인데 아둔한 나는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그분을 그냥 그저 그렇게 보내고야 말았다. 그분은 평생을 수도자처럼 청빈하게 사셨고, 언제 어디서든 대의를위해서는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서는 십자가를 질 준비가 되신분이었다. 원조적폐세력인 유신잔당세력이 농업 농촌 농민을 죽이고, 백남기 농민의 큰 거사를 병사로 조작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성난 민심에 탄핵 될 수 밖에 없었다 . 그분이 가신지 5년이 지나 가고 있다. 작금 촛불 민심을 계승하겠다는 현정권에서도 농업 농촌 농민은 희망을 찾을수가 없다. 내년은 지방권력과 중앙권력이 함께 바뀌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루어진다. 지방권력이든 중앙권력이든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고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다가오는 식량위기를 준비하늣 정치세력이 승리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백남기 농민이라고 생각하고 그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그분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분 가신지 5년이 다가오다. 그 분의 명복을빌면서 다시 한 번 초심을 잃지 않으려 다짐한다.
-
<오늘의 이슈>C대학 P총장의 전설<오늘의 이슈>C대학 P총장의 전설 金昌辰(전 초당대 교수. 문학박사) 6월 7일 발행된 『남악신문』 제13호를 읽었다. 여러 기사 중 「C대학의 부조리 심화… 부실대학의 전형 보여줘」가 특히 인상 깊었다. 그 기사를 보니, 내가 오래전에 어떤 사람들에게 들었던 C대학 P총장의 전설이 생각났다. 벌써 오륙 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내가 전해 들은 이야기는 대강 이랬다. 어느 해 3월, C대학에 P총장이 부임했다. 해가 바뀌면 교수 임금은 공무원 인상 규정에 따라 올려야 한다. 사립대 교수 임금은 국립대 교수 임금에 준하여 지급한다고 교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C대학 P총장은 교수 임금을 올리지 않았다. 교수들은 의아했다. 조금 지나자 “총장이 새로 부임했으면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해서 축하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총장 부임 선물로 교수들이 한 해 임금을 동결하고 그 금액을 바쳐야 한다는 것인가? 전국 어느 대학에 그런 일이 있단 말인가? 물론 C대학 역사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교수 임금은 매해 공무원 임금 인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인상해왔다. 그런데 P총장은 국가의 법도 마음대로 무시해버렸다. 당연히 교수들은 불만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러나 P총장은 교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총장이 임금 동결 같은 일을 하려면 먼저 교수들과 사전에 의논했어야 한다. 하지만 P총장은 그냥 자기 멋대로 국가의 법도 무시하고 교수들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렸다. P총장은 교수들이 불만을 털어놓자, 자기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더욱 교수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교수가 임금을 공무원에 맞추어 받아야 한다면, 근무도 공무원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라고 했다. 교수연구실마다 출퇴근기(NFC)를 붙여놓고 출퇴근할 때 거기에 표시하게 했다. 여름방학 때도 출근하라고 했다. 원래 교수들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게 전국 대학들의 공통된 문화이다. 교수는 강의만 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 교수들과 만나서 연구 활동도 해야 하고, 학교 밖에서 지역봉사 활동도 해야 한다. 그래서 강의와 학생 면담 시간 외에는 보통 자유롭게 활동하는 직업이다. C대학도 P총장이 오기 전까지는 당연히 그렇게 했다. 그러나 P총장은 임금 동결에 교수들이 반발하자 그렇게 보복했다. 결국은 교수들도 참다 참다못해, 교수협의회가 나서서 교수들의 서명을 받아 지방 노동청에 임금 동결 사건을 고발하였다. 그러자 P총장은 교수협의회장을 해임하겠다고 벼른다는 말이 들려왔다. 교수협의회장은 고민 끝에 노동청에 한 고발을 취하하는 대신에 출퇴근기(NFC)를 없애기로 타협을 보았다. P총장은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무소불위의 독재자로서 군림했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P총장은 그렇게 교수들의 기를 꺾어놓고, 그 다음부터는 교수들을 대학에서 내쫓는 공작에 들어갔다. 지방대 교수들은 모두 지방대의 어려움을 잘 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 구조조정이 필요함도 잘 안다. 다만 교수 퇴직은 교수 개개인의 명예와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 그러니 총장이 교수를 불러서 인간적으로 설득하고 타협하였더라면 교수들이 섭섭한 마음을 갖고 대학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P총장은 교수들을 모욕하고 괴롭혀서 제 발로 나가게 하는 전략을 썼다. 우선 학과 폐과 규정을 만들었다. 폐과된 학과의 교수는 임금을 20% 깎았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하는 교수평가제를 악용했다. 평가가 나쁜 교수는 총장이 불러서 모욕을 준다. 그래도 버티면 이 또한 임금을 20% 깎았다. 대학 총장은 상아탑의 최고 어른이다. 아무리 학교 운영상 궂은일들을 해야 할지라도 대학 구성원들의 인격을 모욕하면서까지 해선 안 된다. 하지만 P총장은 그런 식으로 교수들을 쫓아냈다. 쫓겨난 교수들은 굴욕감과 한을 안고 살아간다. 일부 교수들은 참지 못하고 학교를 상대로 소송도 한다. 재직 중인 교수들은 총장이 무슨 횡포를 부려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고 산다. 교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학교 분위기는 엉망이다. 이런 대학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지금까지 말한 C대학 P총장의 전설은 이미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도 교수를 해본 사람으로서 생각만 떠올려도 몸서리가 쳐진다. 아무리 사립대학은 재단이 왕이라고는 하지만, 재단의 신임을 받는 총장이라고 해서 그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C대학 P총장의 전설이 만에 하나 진짜라고 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義鄕(의향)인 호남에서 대학 총장이 그런 막돼먹은 행동을 한다면 되겠는가? 아무리 대학이 어려워도 그런 식으로 품위 없이 학교를 운영한다면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그런 대학에 보내고 싶겠는가? 나는 지금도 그 전설이 실재가 아니었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
<서남권 전망대>삼학도는 생태공원으로 조성, 관광 핫플레이스로 우뚝 세워야<서남권 전망대>삼학도는 생태공원으로 조성, 관광 핫플레이스로 우뚝 세워야 박홍률(전 목포시장, 논설위원) 목포시가 지난 5월 21일 ‘삼학도 평화누리 유원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실시하는 등 삼학도에 특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저는 기자회견을 통해 삼학도에 민자로 경관을 해치는 고층 호텔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목포시는 김대중 기념관 건너편의 해안가 일대로 삼학도 약30%에 해당하는 육지부 11만여㎡와 바다 9만 5000㎡를 유원지 시설로 결정하고, 특급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을 유치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시민 의견수렴 과정이 빠진 졸속 결정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과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는 절차가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삼학도 해발 15m, 중삼학도 해발 30m, 대삼학도 해발 60m 높이인데, 공모지침서에는 삼학도 경관을 보호하는 확실한 장치가 없습니다. 고층 호텔이 세워지면 삼학도의 경관은 사라질 것입니다. 지난 2011년 철거한 한국제분 14기의 사일로 높이가 37.5미터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몇몇 사람들의 결정으로 목포시민들의 고향인 삼학도가 좌지우지 되선 안됩니다. 둘째 그동안 1400억원이 투입된 삼학도 복원화 사업과 역사성에서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지금도 삼학도는 복원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복원화 사업은 과거 60년대부터 매립이 진행되어 섬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공장과 건물들이 난립하여 그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삼학도를 복원하여 목포의 상징적인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약 57만㎡의 삼학도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사업은 지난 1976년부터 삼학도를 공원으로, 건설부의 도시계획 결정을 시작으로 무려 45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습니다. 199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삼학도 복원화사업 지원을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 지난해 목포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4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숱한 세월과 혈세를 쏟아 부은 삼학도 복원화 사업이 고작 호텔업자를 위한 결과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셋째 시민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결정입니다. 목포시는 ‘삼학도를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이번 공모에서 국제규모 행사 유치가 가능한 컨벤션시설을 포함한 5성급 이상 관광호텔을 유치하겠다’는 이유와 ‘2028 세계 섬 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시의 입장에서 대규모 국제행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특급 호텔이 들어서도록 유치하겠다’는 것이고, 삼학도에 또다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워 원형을 훼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삼학도는 복원화를 지속해 시민들의 품으로 온전하게 돌려 줘야 합니다. 체류형 호텔 등은 숙박업소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다른 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기자회견 당시 이에 체류형 관광지 조성을 위한 목적에 공감하며,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대안도 없는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닙니다. 인근의 남항은 컨벤션 부지가 확보됐고, 전망이 뛰어난 해양수산부 부지로, 약 38만㎡면적의 인근 남항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이야기합니다. “여수의 오동도에는 숙박시설이 없고 2km 떨어진 곳에 호텔이 있는 실정이다”라며 합리적인 반대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또 “삼학도를 살리는 것은 잃어버린 추억과 전설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목포시의 녹지 휴식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며, 또한 삼학도는 회색빛의 건축물보다 다도해를 드나드는 유람선이나 요트의 정박장소로 더욱 어울리는 곳이다”이라는 정서입니다. 삼학도를 거제시 앞바다 외도 생태공원이나 여수 오동도, 부산 동백섬과 같은 골조건축물(호텔)이 없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는 관광단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지면을 통해 강조드립니다. 지금 즉시 삼학도에 호텔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뜻있는 시민과 함께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
<IT이야기>디지털 치매 증후군<IT이야기>디지털 치매 증후군 金在珥(논설위원, 공학박사) 사업가인 필자의 친구 한 사람은 몇 년 전 인천공항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하였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한지라 할 수 없이 출국하였는데 외국에 있는 동안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어서 사업상의 연락을 취할 수가 없었다. 1주일 여 후 귀국한 뒤에도 습득한 사람과 혹시 연락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허사였다. 할 수 없이 새로운 폰을 구입하고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연락처를 다시 저장하고 통상의 업무를 회복하기까지 약 2달여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각종 메모 자료 및 중요 사진 등은 회복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막상 분실이라도 하게 되면 치매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스마트폰의 각종 자료는 반드시 백업을 받아둬야 한다. 대화중에 생각이 잘 안 나면 “나 치매 1기 인가봐” 라는 농담 섞인 말을 하면서 그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치매(dementia)는 라틴어의 de(아래로)와 mens(정신)에서 나온 단어로서 ‘정신적 추락’을 뜻한다. ‘인지 기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치매는 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1906년 독일 신경병리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 박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의 대용어로 쓰이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병 중의 하나로 전체 치매 환자 중 약 50~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치매하면 고령층의 노인 분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10~30대의 주로 디지털 기기와 친한 젊은 층 사이에서도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써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를 보이는 일련의 증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한다. 이는 ‘영(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로서 ‘영츠하이머’ 라고도 하며 젊은 나이에 심한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자신이 뭘 검색하려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른바 IT 증후군이다. 그 현상으로는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디지털치매 현상이다. 휴대전화가 생기며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그렇다보니, 휴대전화가 없으면 전혀 번호를 알지 못해 전화를 걸지 못한다. 이외에도,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지 않으면 전혀 부르지 못하는 상황,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도로 운전이 매우 불안한 상황,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 글씨 쓰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미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너무나도 편리하고 유익하여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려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독서나 운동, 음악 감상이나 명상, 다양한 취미생활을 병행하고, 술 담배를 삼가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뇌의 역량은 쓰는 만큼 쓰는 부분만 강해지고, 안 쓰는 부분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화를 걸고 받을 때, 스마트폰을 너무 머리에 가깝게 대서는 좋지 않다. 통신 신호가 잘 터지게 할 목적으로 강한 전자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어폰이나 스피커폰을 사용하는 것도 전자파 예방을 위해 좋을 것이다. 현대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폰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여 편리하고 유익한 생활을 즐기기를 기원해 본다.
-
<지평선>중국은 왜 소수민족 을 두려워하는가?<지평선>중국은 왜 소수민족 을 두려워하는가? 송태윤(논설위원, 문학박사) 2020년 중국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며, 러시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인도·베트남·북한 등 14개국과 접경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만 살고 있는 인구는 약 14억 3천 700만 명이다. 이중 한漢)족은 약 13억 1천만 명으로 중국 인구의 91.16%, 한족을 제외한 55개 소수 민족은 약 1억 2천 700만 명으로 인구의 약 8.84%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로는 10%가 채 안되지만 소수민족이 자치하는 면적은 중국 전체 영토의 60%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5개 구와 30개 주, 120개 현(縣)에서 이들 소수민족의 자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소수민족들이 사는 대부분의 지역은 가스와 석탄 등 천연자원과 삼림, 수력자원이 풍부해 중국이 산업화와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들이다. 그러나 이 지역들의 분리 독립운동으로 인해 과거부터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중국 정부는 이들의 분리 독립을 영토안정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수립과 함께 소수민족 정책을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하면서, 일관되게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을 소수민족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소수 민족 역시 끈질기게 그들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강온 양면 정책을 구사한 중국 정부는 1949년 소수민족에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해 한족과는 달리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대학입학 시 우대점수를 부여하고, 범죄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와 소수민족 사이에는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8년 3월과 2009년 7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는 독립을 주장하는 대규모 민족시위가 있었고, 2011년에는 한족과 몽골족의 갈등으로 네이멍구 봉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에도 몽골족 학부모와 학생 수천 명이 몽골어 말살정책에 반발하여 시위를 벌이고 등교거부운동까지 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소수민족 봉기가 있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소수민족의 대한 경계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이들 소수민족들이 과거에 중국을 끊임없이 침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진나라 진시황제 때 북쪽 오랑캐의 침공을 대비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진 다음 왕조인 한나라 한무제 당시만 해도 흉노족이 계속 국경을 침공해 왔기에 한무제는 흉노족을 직접 토벌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사리 사라지지는 안았다. 수나라는 고구려와 싸워 국력을 많이 소모하였기에 망국의 원인이 되었고, 당나라 고종 때만 해도 북방의 여러 소수민족들이 지금의 중국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고구려는 만주 벌판을 705년 동안이나 통치하고 있었고, 663년 토번국(티벳)은 당을 침략하여, 당의 수도 장안 앞까지 국토를 넓혔다. 당 나라를 지나, 송나라는 금과 연합해서 거란을 멸망을 시켰는데, 송나라도 몽고족인 원나라에 멸망했다. 1279년부터 1368까지 89간 중국을 지배하던 원나라는 멸망하고, 주원장의 명나라는 정치적으로 수많은 업적을 만들었으나 1644년 청나라에 멸망했다. 중국은 다시 소수민족인 청나라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1914년에 청이 멸망하고 오늘날 중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덩치가 큰 중국은 소수 민족의 지배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여러 번 받아왔다. 그래서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소수민족이 독립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중국은 많은 영토를 상실하게 된다. 또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유전지대가 많기 때문에 중국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티베트나 신장 위구르 지역의 독립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들 소수 민족들의 독립을 막기 위해 소수민족 지역 마다 한족들을 이주시켜 한족으로 동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변경 지역의 안보 강화를 내세워 전면적 동화정책인 ‘제2세대 민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동화정책에 따라 중국은 중화민족 단결의 깃발을 높이 들고, 첨단 감시기술까지 활용해 소수민족을 경계하면서 중국동화를 오늘도 강행하고 있다.
-
<삶의 나들목>'얼빠진'(absent-minded)의 패러독스<삶의 나들목>'얼빠진'(absent-minded)의 패러독스 윤창식(논설위원, 문학박사) 지난 5월 26일 제주도에서는 "서귀포 치유의 숲 멍때리기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멍때리기대회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목적으로 열리는 대회이다. 멍때리기는 정신 집중의 반댓말이 아닌가. 참선이나 명상을 넘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장시간을 버틴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대학 교수 시절, 하루는 기차에 몸을 싣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중 기차표를 잃어버린 탓에 하차할 역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순간적인 정신적 상태를 심리학 용어로 '얼빠진'(absent-minded) 현상이라고 한다. 여기서 혹자는 대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본래 인간이 태어날 때 머리 속은 새로 구입한 유에스비(USB)처럼 백지 상태나 다름 없다. 그 이후로 성장해가면서 여러 가지 학습을 통해서 하나씩 그 빈 공간에 지식과 정보들이 코드화되어 저장된다. 진화론에 입각한 교육학자들은 대뇌의 기억 중추가 크고 발달된 아이일수록 저장되는 정보량이 많아 지능이 높다고 말한다. 과연 인간의 두뇌는 얼마만한 정보량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USB의 용량으로 따지면 몇 기가 바이트쯤 될까 가늠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에 정보와 지식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저장되는가 하는 방법적인 측면 보다는 저장되어야 할 정보의 내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두뇌에 정보를 담는 용량은 어차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컴퓨터 작업에서 정보를 무작정 세이브하다 보면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멘트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새로운 저장 공간을 확보하려면 불필요한 항목을 삭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듯 자신의 두뇌의 용량을 스스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의 머리 속은 한마디로 엄청난 정보의 도가니이다. 좋게 말하여 정보이지 쓰레기 같은 정보나 지식도 많이 저장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식자우환(아는 것이 병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이 알아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꼴인 셈이다. 자기자신이나 사회적으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까지 기를 쓰고 알려고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않다. 오히려 USB 관리를 하듯 쓸모 없는 정보를 과감이 기억 중추에서 삭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 세상은 표피적인 물상으로만 형성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이 알고 있는 그 많은 지식으로도 모든 현상을 정확히 인식해내지 못한다. 노자의 <도덕경> 56장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으며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지식의 무한함과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얄팍하고 그릇된 지식이나 정보를 남에게 함부로 전하는 행위를 경계하라는 문구이기도 하다.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 하여 그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정보라는 것이 과연 모두 제대로 된 정보이겠는가. 겉만 그럴싸하게 분식(粉飾)되어 있는 정보는 엄격한 의미에서 정보적 가치가 전혀 없는 비정보(non-information)이거나 그릇된 정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라고 함은 때에 따라서는 잘 못 알고 있거나 오히려 알지 말아야 할 것 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얼빠진'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란 어떤 중요한 문제에 골몰해 있으면 그 주제보다 덜 중요한 정보는 일시적으로 기억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이 하차 지점을 깜박했다고 하여 그를 '얼빠진 사람'이라고 놀릴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인류평화와 인간의 행복에 관심이 많은 휴머니스트였으며 기차 여행 중에도 그러한 주제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보의 범람은 현대인의 과잉욕구에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복잡다단한 세상일수록 컴퓨터 USB를 관리하듯 두뇌의 저장 장치와 기억 중추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마음 속에서 하등 쓸모 없는 쓰레기 같은 지식이나 정보를 지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될 때 진정으로 꼭 필요한 정보와 아름다운 생각의 다발들이 우리들 마음 속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지평선>인공 태양 플라즈마<지평선>인공 태양 플라즈마 송태윤(논설위원, 문학박사) 과학자들은 삼중수소 300g과 중수소 200g만으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4일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기 200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인류가 핵융합 발전 기술만 완성하면 에너지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발전의 원료를 바닷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온실가스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성공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제대로 불을 붙이기만 하면 인류의 에너지 걱정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흔히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초고온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한다. 핵융합 발전의 에너지원인 플라즈마는 기체가 고도로 이온화하여 기체보다 훨씬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흔히들 고체·액체·기체에 이어 물질의 제4 상태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불·번개·형광등·네온사인은 모두 플라즈마이다. 태양은 99% 이상이 플라즈마 상태이다. 에너지 발생 원리가 태양과 같아 ‘인공태양’이라고도 부른다. 태양 중심에 항상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있기에 핵융합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인류가 만든 1억℃ 이상의 뜨거운 플라스마를 어떻게 가둬두느냐 하는 것이다. 수많은 노력 끝에 과학자들이 개발해낸 것이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라 불리는 ‘핵융합 가둠 장치’이다. 쉽게 말하면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이다. 1952년 구소련의 과학자 사하로프가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는 자석으로 만든 코일 방(토카막)을, 그보다 앞선 1951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리만 스피츠가 뫼비우스형의 꼬임 장치(스텔러레이터)를 설계했다. 다른 듯 닮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토카막(Tokamak)과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이 바로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인 것이다. 어떤 원소이든 플라즈마화 될 수 있으며, 전자의 탈출로 인해 전하를 띠기 때문에 전자기장으로 가두거나 특정 방향으로 가속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핵융합 기술과 부품들이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에 대거 채택되고 있어 핵융합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일명 ‘인공태양’ 프로젝트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에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국가 7개(유럽연합 포함)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 일본 외에도 특히 대한민국의 핵융합 기술력은 ITER에서 큰 힘을 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해왔다. 무한 청정의 핵융합에너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지구는 태양이 아니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하려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값비싼 우라늄 원료를 필요로 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 될 게 없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기술이다. 핵분열 반응은 무거운 방사성 원소를 쪼개어 새로운 방사성 원소로 변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은 원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통한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는 중수소(중성자 1개, 양성자 1개)와 삼중수소(중성자 2개, 양성자 1개)다. 다행히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있다. 바닷물 1리터에 들어있는 중수소 0.03g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2400km를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바닷물 1L로 석유 300L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계산이다. 삼중수소는 리튬의 동위원소에 중성자를 충돌시킴으로써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대전 대덕단지 내에서 인공태양을 만들어 담아두기 위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케이스타는(KSTAR)라는 핵융합로를 만들었다. 이는 러시아의 토카막(Tokamak)과 미국의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와 비견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인데, 케이스타(KSTAR)는 한국형 핵융합로 즉 한국이 독자적으로 만든 토카막이요, 스텔러레이터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최초로 2020년 12월에 핵융합 발전의 핵심인 플라즈마 온도 1억도 이상을 토카막에 담아 20초 동안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KSTAR의 최종 목표는 2025 년까지 1 억도 이상의 이온 온도로 300 초 이상 가두어 두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핵융합 기술 개발을 놓고 과학기술 선진국들의 경쟁이 한창이다. 향후 20~30년 내에 방사능 유출이나 폭발 위험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핵 발전의 형태인 핵융합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인공 태양발전의 앞날은 밝다. 이카로스의 태양을 향한 꿈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
<IT이야기>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IT이야기>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金在珥(논설위원, 공학박사) 요즘 실내에서는 물론이고 실외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스마트폰(smart phone)을 보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앉아서나 정지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길을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이처럼 보행 중에는 물론 심지어는 자동차 운전 중에도 이어폰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교통사고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 전화에 여러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로서 확장성이 높은 모바일 운영 체제를 탑재하고 이동통신이 가능한 소형 컴퓨터이자 현대 기술의 집약체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이 있는 소형 컴퓨터라 볼 수 있다. 책상에 놓고 사용하는 데스크탑(Desktop), 무릎에 높고 사용하는 랩탑(Laptop)처럼 스마트폰은 손바닥 위에 놓고 쓰는 컴퓨터라는 의미의 팜탑(Palmtop)으로 불리 우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용도는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인터넷, 전자우편, 화상 대화 및 회의, 게임, 채팅, 내비게이션, 사진 촬영 및 편집, 음악 및 영화 감상, 문서 열람 및 편집, 온라인 쇼핑, 소셜 네트워킹, 전자책, 라디오 및 TV 청취, 사전, 온라인 강의, 방범 감시, 각종 예약, 사진 및 문서 스캔 그리고 간단한 금융업무 등 무궁무진하다. 더군다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앱(App.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불리 우는 필요한 응용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으면 그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장점이 기존의 피처폰(Feature phone) 뿐 만 아니라 휴대용 컴퓨터, PDA(개인용 휴대 정보 단말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등의 몰락을 가져왔다. 반면에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거북목 증후군, 스마트폰 중독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 128만 명 중 약 16[%]인 20만 명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으로 조사되었으며, 2년이 경과된 현재의 그 비율은 더욱 더 증가되었으리라 추정된다. 더군다나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라도 스마트폰과 떨어져있으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는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년 2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약 50억 대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 절반 정도는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로 국민 95%가 스마트폰 사용, 조사 대상국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인류의 생활 양상 자체를 크게 바꿔놓았다. 정감 있는 손 편지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고, 학교에서 필기를 하는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판서 내용이나 PPT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촬영해버리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있어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잃는다거나, 수시로 SMS로 연락하기 때문에 친구와 약속한 시간이나 장소를 오인하여 만나지 못한다거나, 애인의 집에 전화를 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받을까봐 망설인다거나 하는 일은 오늘날엔 거의 자취를 감춘 추억 속의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이 현대 사회는 스마트폰 천국이 되었고, 현대 인류는 스마트폰 없이 생각하거나 살아가기가 힘든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인류가 되어가고 있다. 똑똑한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sapiens)가 되어야겠다. 자동차가 있는데 짚신 신고 괴나리봇짐 메고 한양천리 길을 걸어갈 수 없는 문제이고, 계산기나 컴퓨터가 있는데 주판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는가?
-
<아테나>나쁜 사회가 있을 뿐이다<아테나>나쁜 사회가 있을 뿐이다 노운서(논설위원, 교육학 박사) 얼마 전 서울 도심에 있는 초등학교에 갈 일이 있었다. 학교 정문에는 가슴에 별마크를 단 보안관이 통제를 했고 하교 때는 학부모가 아이들을 1:1로 데려가는 낯선 풍경이었다. 서울 쪽 아이들이 학교폭력, 범죄 등의 환경 속에서 위태롭게 산다는 생각과 시민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불안이 느껴졌다. 아이는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우려되었다. 한 언론에 의하면 최근 가출하여 범죄에 가담하는 연령층은 초등 4년~중등 2년으로 저연령화 추세라 한다. 가출한 아이들끼리 모인 집단을 ‘가출팸(가출+패밀리)’이라 하는데 이들은 인터넷의 ‘가출 카페’나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과 함께 ‘가출팸’을 구성하고 아빠·엄마·오빠·동생·삼촌 등으로 역할을 분담, 가족의 유대와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이들은 모텔, 고시원 원룸 등에서 살며 생계형 범죄를 일으키는데 인터넷 가상공간을 적극 활용한 성매매, 사기, 학교폭력, 약물흡입 등을 한다. 이들에게 밤거리와 인터넷의 가상공간(CyberSpace)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이고, 학교로서 비행(非行)을 저지르며 비행(飛行)을 배우는 자유한 삶의 무대인 것이다. 강경훈 형사처벌 전문 변호사에 의하면 ‘가출팸’들은 스마트폰 SNS등을 통해 범죄 방법을 공유, 본인들이 미성년자라서 가벼운 처벌자임을 알고 이를 악용, 범죄를 저지르고 죄의식조차 없어 재범률이 높다고 한다. 이들은 부모, 교사 심지어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왠만한 아동법은 인터넷을 뒤져, 다 알고 처벌이 가볍다는 것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는 커지고 더 이상 나이가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처벌수위의 강화를 외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성장과정의 아이임을 감안, 치료 교화를 주장한다. 한편 디지털시대는 편리함을 주는 만큼 디지털을 악용한 범죄의 숫법은 다양하고 쉬워졌다. 청소년 전문 변호사 김광민씨에 의하면 가출팸 아이들의 숫자가 약 20만명 정도 추정 되며 범죄양상이 대담해지고 계획화, 집단화, 흉포화 되어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임시 보호소로 ‘쉼터’와 같은 국가 보호기관이 있으나 형식상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 아이들 심리를 안정시키고 난관을 극복 할 힘을 길러 줄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 아이들이 방치될 뿐이란다. 장차 아이들은 어떤 사회 일원이 될까? 가출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가출팸’ 구성 이유로 ‘혼자 살면 외롭기 때문’이 49.7%로 1위였다. 아이들의 외로움이 문제였고 가출의 직접 원인은 가정폭력, 학대, 방임 등인 것으로 나타나 가정의 양육문제와 함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역기능이 맞물려 가출팸 출현에 한 몫 했다고 보여진다. ‘가출팸’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해결의 빅 픽쳐는 산업화가 가져온 가정양육기능 약화와, SNS의 역기능 난립에 대한 발 빠른 사회시스템 가동과 제도화 부재, 물질문명과 정신발달의 불균형이 가져온 사회인식 및 구조 미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요즘 대개의 부모들은 인격 형성의 중요 시기임을 간과하고 오직 한번 뿐인 아이들의 유·아동청소년기를 양육대신 돈을 선택한 채 맞벌이를 위해 아이들을 장시간 방치한다. 어이없는 국가정책을 살펴보자. 국가는 아이 양육보다 엄마일자리를 위해 24시간 보육을 장려하고 있다. 무엇이 더 우선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위정자들이 아이들을 길거리와 인터넷 게임공간으로 내 몰았다. 엄마 없이 어린이집에서 먹고 잠자야 하는 불안한 영유아들. 방치된 아동과 청소년이 탐닉하게 되는 것은 게임과 스마트폰의 디지털 공간뿐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부모가 결혼 전에 부모교육을 받도록 의무화 되어 있고 부모의 직장에서도 아이 양육을 위한 조기 퇴근, 육아휴직 보장 등 국가 관심이 높다. 한 예로 미국의 Head Start 프로젝트는 국가가 빈민가의 가난과 범죄의 세대세습을 끊기 위해 유아기 교육과 건전한 가정육성을 지원한 성공적 프로그램이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함을 국가가 실천한 장기정책으로 아동기양육의 중요성을 국가가 인지, 책임지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국가는 양육비 몇 푼 지원해 주는 가시적이며 선심성 정책이 아닌 자녀 양육기의 가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장기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출자녀를 보호 할 쉼터의 공간과 그들 부모의 인식개선을 위해 부모교육을 의무화 시켜 부모의 인식개조를 통한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는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 개혁적인 인터넷 법 제정은 신속하게 하여 디지털의 사각지대 아이들을 발 빠르게 보호, 아동 및 청소년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아이양육의 책임은 가정에만 있는 시대가 아니다. 사회와 국가가 함께 키워야 하는 변화의 시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아이는 없다, 나쁜 가정, 나쁜 사회가 있을 뿐이다.
-
<지평선>내가 태어난 곳 찾아 가기<지평선>내가 태어난 곳 찾아 가기 송태윤(논설위원, 문학박사) 귀소 본능(歸巢本能-homing instinct)이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자기가 태어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생태적 본능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고향을 떠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에 숨 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낯선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말씨가 비슷하다 싶으면 고향이 어디냐고 묻기 일쑤이고 같은 고향일 때는 마치 친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기도 한다. 하물며 고향의 부모형제나 종친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3,500만 명이 이동하고 차량 500만대가 움직인다. 이것은 고향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남북 이산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하겠는가. 출생의 근본을 잊지 않거나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것도 귀소 본능이다. 온 종일 산과 들을 헤매던 짐승들이 해가 지면 제 굴을 찾아들고, 공중을 날던 새들이 둥지를 찾아 드는 것이라든지 친숙하지 않은 낯선 장소에서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 가고자하는 동물의 태생적 습성도 귀소 본능이다. 여우는 죽을 때 제가 태어 난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고 눈을 감는다 한다. 이를 일러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한다. 동물의 귀소본능 사례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돌아온 백구(白狗)’이다. 1993년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간 진돗개가 7개월 동안 수백㎞를 이동해 옛집으로 돌아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진돗개의 동상도 만들었다. 이 진돗개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전문가들은 후각과 청각이 뛰어난 진돗개의 인지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성심 강한 진돗개의 주인을 향한 마음이 진돗개의 귀소본능을 극대화한 것이라 한다. 지리산 반달곰도 마찬가지이다. 2002년 민가에 내려와 양봉 꿀통을 털고 말썽을 피운 곰을 생포한 적이 있는데 이 곰을 마취하고, 바깥 풍경을 볼 수 없게 수건으로 눈까지 가린 후 차에 태워 16㎞ 떨어진 외딴 장소에 풀어줬는데 며칠 뒤 정확하게 같은 장소로 돌아와 다시 꿀을 털어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귀소본능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J일보에 따르면 한국의 수족관에서 태어난 푸른바다거북이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채워 작년 9월 제주도 바다에서 방류했다. 이 거북이 90일 동안 헤엄쳐 도착한 곳이 베트남 동쪽 해역 야생의 푸른바다거북들이 대대로 산란하여 번식한 곳이라고 한다. 3847㎞을 헤엄쳐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선조의 고향을 간 것이다.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자기가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오는 확률이 90% 가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새의 귀소본능도 빼놓을 수 없다. 극제비갈매기는 북극권 툰드라 지대에서 태어나 자라지만 어른이 되면 남극까지 날아갔다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왕복 거리는 자그마치 9만6000㎞라고 한다. 지구를 2바퀴 이상 도는 셈이다. 자연 세계에서 확인된 동물의 이동 거리 중 가장 길다고 한다. 또 포유류 가운데서는 울산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귀신고래가 있는데 여름철엔 사할린 연안에서 지내다 새끼를 낳을 때에 맞춰 동해 연안을 따라 남하해 남중국해에서 출산한 뒤 다시 북상하여 사하린 연안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이것도 귀소 본능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연어의 경우 부화 당시 강물의 냄새를 따라가며 물길을 거슬러 산란 장소로 향한다고 한다. 바다거북은 해류의 방향과 온도, 자신이 알에서 태어난 모래사장의 화학적 신호를 신체 기관으로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고향 가는 길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두루미나 기러기 등 먼 거리를 날아가는 철새들은 밤에는 북극성과 별자리, 낮에는 태양의 위치를 길잡이로 삼으며 이동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귀소본능은 동물별로 상황에 따라 복합적인 기능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 본봐와 같이 동물이 특정 장소를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능력을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하는데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인 고래부터, 새와 파충류, 물고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놀라운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귀소 본능은 연어만이 아니라 여우, 두꺼비,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도 있고 펭귄에게도 있고 제비와 같은 새에게도 있다. 최근 환경 파괴와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이런 귀소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들의 삶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동물들 삶이 혼란에 빠지면 지구 생태계 전체가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귀소본능에 따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텐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누구에게나 가볍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