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IT이야기>디지털 치매 증후군
金在珥(논설위원, 공학박사)
사업가인 필자의 친구 한 사람은 몇 년 전 인천공항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하였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한지라 할 수 없이 출국하였는데 외국에 있는 동안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어서 사업상의 연락을 취할 수가 없었다. 1주일 여 후 귀국한 뒤에도 습득한 사람과 혹시 연락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허사였다. 할 수 없이 새로운 폰을 구입하고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연락처를 다시 저장하고 통상의 업무를 회복하기까지 약 2달여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각종 메모 자료 및 중요 사진 등은 회복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막상 분실이라도 하게 되면 치매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스마트폰의 각종 자료는 반드시 백업을 받아둬야 한다.
대화중에 생각이 잘 안 나면 “나 치매 1기 인가봐” 라는 농담 섞인 말을 하면서 그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치매(dementia)는 라틴어의 de(아래로)와 mens(정신)에서 나온 단어로서 ‘정신적 추락’을 뜻한다.
‘인지 기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치매는 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1906년 독일 신경병리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 박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의 대용어로 쓰이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병 중의 하나로 전체 치매 환자 중 약 50~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치매하면 고령층의 노인 분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10~30대의 주로 디지털 기기와 친한 젊은 층 사이에서도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써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를 보이는 일련의 증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한다. 이는 ‘영(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로서 ‘영츠하이머’ 라고도 하며 젊은 나이에 심한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자신이 뭘 검색하려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른바 IT 증후군이다.
그 현상으로는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디지털치매 현상이다. 휴대전화가 생기며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그렇다보니, 휴대전화가 없으면 전혀 번호를 알지 못해 전화를 걸지 못한다. 이외에도,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지 않으면 전혀 부르지 못하는 상황,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도로 운전이 매우 불안한 상황,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 글씨 쓰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미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너무나도 편리하고 유익하여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려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독서나 운동, 음악 감상이나 명상, 다양한 취미생활을 병행하고, 술 담배를 삼가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뇌의 역량은 쓰는 만큼 쓰는 부분만 강해지고, 안 쓰는 부분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전화를 걸고 받을 때, 스마트폰을 너무 머리에 가깝게 대서는 좋지 않다. 통신 신호가 잘 터지게 할 목적으로 강한 전자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어폰이나 스피커폰을 사용하는 것도 전자파 예방을 위해 좋을 것이다.
현대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폰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여 편리하고 유익한 생활을 즐기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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