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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국민은 언제나 적폐청산을 환영한다

기사입력 2022.07.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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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칼럼> 국민은 언제나 적폐청산을 환영한다

    박일훈 법학박사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의 경우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서 전 원장에게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킨 혐의를 적용했다.

    두 사건 모두 북한과 관련해 과거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을 놓고 현 정부 들어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진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문제의 핵심은 고발당한 두 전 원장들이 각각의 사건의 결과를 뒤집거나 흔들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이대준 씨의 월북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한미군 당국이 확보한 대북 특수정보(SI)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가 SI 관련 자료를 조작해 ‘월북 몰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따라서 국정원 주장대로 박 전 원장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하려면 SI 첩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정보당국 수장이 SI 첩보를 살펴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시 국방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11분에 SI 첩보로 이대준 씨 사망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오후 1시 30분 국방부 기자단에 ‘실종사건’으로 공지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한 언론이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실관계가 바로 잡힌 것이었다. 이때 정보당국 관계자가 박 전 원장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고발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군 당국이 취득한)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검찰 고발의 부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SI 첩보를 열람하는 것과 가공 또는 폐기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의 경우,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히고도 송환된 북한 선원 두 명의 사건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북으로 돌려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탈북자들의 북송 여부는 관계부처 합동신문을 통해 결정되며, 탈북자 조사절차는 국정원이 주도한다. 따라서 서 전 원장이 조사를 서둘러 끝내고 탈북어민들을 북송했다는 게 국정원의 논리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흉악범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대해 내린 정책적 판단까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런데 위 두 사건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시간을 주목해야 한다. 즉, 사건 당일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종자가 북한 측에 발견됐다는 최초 보고 이후 총살 첩보가 보고된 오후 10시 30분 사이, 실종자가 생존해 있던 그 3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실종자 안전보장을 위해 과연 북한과 여하한 접촉 노력을 했는가이다. 아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는지, 노력했는데 접촉을 못 했다는 건지, 접촉을 못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이 절실하다.

    목하 ‘문재인의 3시간’을 쟁점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을 맹비난하며 ‘박근혜의 7시간’을 문제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던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했다면 그런 정부의 수장은 반드시 그 책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 비리 혐의에 대한 현 정부의 전방위 사정을 두고 ‘정치보복’ 논란이 뜨겁다. 정권을 예기치 않게 내주고 사정 대상으로 전락한 야당에선 현 정부를 향해 산적한 국정 현안과 여야 협치, 통합 정치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내팽개친 대결주의적 정치보복이라며 결사항전이라도 할 태세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되면 과거 일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가 이뤄졌고 그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는 다소 거친 화법으로 정치보복론을 일축했다.

    현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식도 윤 대통령과 같은 맥락에 있다. 한 장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야당을 향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조사 역시 권력 남용과 정권 핵심의 비리 개입 혐의에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야당 ‘잠룡’ 이재명 의원 관련 부분은 물론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국민은 한 개인의 정치생명보다도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사정을 원한다. 그것이 정치보복이든, 적폐청산이든 권력형 비리는 반드시 심판된다는 불문율을 우리는 이제 이 땅 위에 정착시켜야 할 때가 됐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든 말든, 국민 다수는 다음 총선을 떠올리며 오늘의 답답함을 견뎌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박일훈1_3x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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