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마음을 여는 시 그늘이라는 말 허형만 시인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그 깊고 아늑함 속에 들은 귀 천년 내려놓고 푸른 바람으로나 그대 위해 머물고 싶은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길 위의 길을 걷는 작가 조유향. 그녀는 최근 도서출판 현자에서 『서해랑길 워킹투어-해남 땅끝탑에서 영광으로 전라남도를 걷다-』를 펴냈다. 여기에 책의 서문을 담는다. 서문 "서해랑길을 걷는 날은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다" 서西쪽 바다의 파도와 함께랑 걷는 길, '서해랑길'이 2022년 6월 22일에 정식 개통되었다. 해남- 신안- 영광- 고창- 군산- 서천- 보령- 태안- 서산- 평택- 인천- 강화를 잇는 109개 코스, 1,800㎞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을 구성하는 길, 해파랑길800km과 남파랑...
승달산 산책로 소멸해가는 고향마을 김봉님 수필가 가을로 가는 여름의 꺾임 목에서도 포도 열매는 연보라 빛을 띄우며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나는 재작년 봄에 무안 5일장에 들러 포도나무 한 그루를 사다가 우리 집 마당 울 밑에 심었더니 올해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보랏빛을 띠며 잘 익은 포도알을 따서 먹었더니 입안에 가득 향이 퍼지면서 어찌나 달던지 나도 모르게 지난 추억이 돌이켜진다. 나는 가을이 오면 고향 집 앞 텃밭으로 가을걷이하러 간다. 올해는 장마에다 찜통더위까지 겹쳐 밭 곡물들은 여기저기 뜸 뜸 서 있고 ...
마음을 여는 시 행복 허형만 시인 숲속에서 야생 초록빛 오디가 자주빛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그냥 그 모습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줏빛 속에서 햇볕과 빗소리도 함께 익어가는 것을 보아야 행복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먹빛으로 완성을 이룰 때 혀에서 꿈결처럼 무르녹는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유년 시절 맛보았던 그 맛 그대로 지금 늙어서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늙는 것도 익는 것이라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마음을 여는 시 어머니의 손 허형만 시인 올해 백 세이신 어머니의 손을 조용히 만지노라니 평생을 호미질만 하시던 흙냄새가 향기롭다 그 흙이 키워 낸 풀벌레 소리도 낭랑하다.
마음을 여는 시 녹을 닦으며 허형만 시인 새로이 이사를 와서 형편없이 더럽게 슬어 있는 흑갈빛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지나온 생애에는 얼마나 지독한 녹이 슬어 있을지 부끄럽고 죄스러워 손이 아린 줄 몰랐다 나는,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깊고 어두운 생명 저편을 보았다 비늘처럼 총총히 돋쳐 있는 회한의 슬픈 역사 그것은 바다 위에서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빗방울 그리 살아 온 마흔세 해 수많은 불면의 촉수가 노을 앞에서 바람 앞에서 철없이 울먹였던 뽀오얀 사랑까지 바로 내 영혼 깊숙이 칙칙하...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는 오는 21일부터 9월 말까지 충남 태안군 마도(馬島) 해역에서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한다. 태안 마도 해역은 예로부터 해난사고가 잦았던 곳으로 물길이 험하여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러한 위험이 따르는 곳이지만,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싣고 개경이나 한양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뱃길이라서 ‘선박의 무덤’으로도 유명하였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태안 마도 해역...
녹슨 가마솥 단상 김봉임 수필가 ‘앵두꽃은 앵두꽃답게 매화는 매화답게 복숭아꽃은 복숭아꽃답게 배꽃은 배꽃답게’ ‘앵매도리(櫻梅桃梨)’라는 명언이 있듯이 인생이란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만의 개성을 조화롭게 피우게 되어 자연의 이치와 평화의 지표가 된 듯하다. 그리고 인생의 위대함이란 자신을 위대하게 보이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개성을 살리면서도 꾸준히 타고난 소질을 갈고 닦으며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한 거 같다. 나는 가끔 나주시 동강면 운산리 어머니의 빈집을 둘러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이듬해...
마음을 여는 시 초여름 허형만 시인 물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남악 서평 우리 성서화 투어 한번 해볼까요? 김현철(초당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김학철 저 | 비아 | 2022년 8월 15일 | 강(river) 위의 ‘다리’(bridge)는 강을 건너기 위한 도구인 것이 맞지만, 그것은 강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고, 전에는 익명의 존재였던 강 건너편 사람들을 이웃으로 ‘드러나게’도 해준다. 기술! 그것은 인간이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든 도구이지만, 동시에 숨겨진 진리가 드러나는 통로, 혹은 존재가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한 방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