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화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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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3)[기획 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3) 조수웅 문학박사 <지난 33호에 이어서> (2) 계획하기 단계 글쓰기 과정은 계획하기, 내용생성 및 조직하기, 초고 쓰기, 평가하기, 고쳐 쓰기의 다섯 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이 다섯 단계가 단절되어 있다기보다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사고 과정이다. 또한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순환적이며 회귀적인 과정이다.(조정하기) 그래서 필자가 글을 쓸 때 각 단계를 넘나들기도 하며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실제 글쓰기에서는 각 단계의 구별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 첫 순서는 ‘계획하기’다. 이 단계는 모든 일에는 첫 단추를 잘 끼는 일이 중요하듯, 작문 과정의 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유능한 필자는 예상 독자, 필자의 입장, 글쓰기의 목적, 글의 주제의 상황을 탐색하는 등, 필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느라 계획하기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3) 내용 생성 및 조직하기 글쓰기가 실제 이루어지는 첫 단계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쓸 내용이 풍부해야 하는데, 글쓰기가 어려운 까닭은 쓸거리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쓸거리만 있다면 누구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나가기는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거리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전략의 훈련이 매우 중요한데, 그 방식에는 겪은 일 회상하기, 경험해 보기, 관찰·조사하기, 상상하기, 독서하기, 토론하기, 자유 연상(free association)하기, 일지쓰기,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하기, 독자에게 이야기하기, 체계적으로 주제 탐색하기, 푹 쉬면서 구체화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마인드 맵핑의 다양한 활용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활용 방법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내용생성하기-선, 색, 그림, 어휘, 기호 등을 활용하여 방사형으로 나타내기(사고의 가시화 전략), 사고의 유연성을 높이기(생각나는 것 무제한), 쓸거리를 쉽게 찾기, 쓸거리에 대하여 자세한 생각을 전개하기(가감하기가 쉬움), 여러 번의 생각그물 만들기(완성된 생각그물까지) *내용조직하기-대상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기준을 정하여 비슷한 것끼리 묶기, 확산되었던 생각들을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정리하고 조직하기 *표현하기-마인드 맵핑한 자료를 보고 말이나 글로 전달하기, 마인드맵에서 체계화된 그림과 단어들을 연결하여 용도에 맞게 활용하기(글쓰기, 발표하기, 예습 및 복습하기, 독서 감상문 쓰기, 일기 쓰기, 노트하기, 프로젝트 구성, 브레인스토밍, 회의, 일과표 작성 등) *고쳐 쓰기-맵핑한 자료와 실제로 활용한 내용을 비교하고, 맵핑할 때 떠올랐던 아이디어들이 잘 나타났는지 스스로 평가하기, 교수자와 학습자, 혹은 학습자들 간의 협의 내용에 따라 활용한 내용 중에서 고치고 싶은 것 고쳐 쓰기, 활용된 자료를 보고 협의하여 더 좋은 마인드맵으로 다듬어 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이 단계는 능동성과 발달 단계가 낮은 필자는 내용생성과 내용조직하기 단계를 구분하여 수행하지만, 유능한 필자는 동시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4) 초고 쓰기 초고 쓰기는 생성하고 조직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작문을 실제적으로 수행하는 첫 과정이다. 그런데 표현하기 대신 초고 쓰기라는 이름을 쓴 것은 초안을 만들어 내는 과정임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어문 규범에 너무 얽매이지 않은 것이 좋고, 글을 써 나가다 막히거나 내용이 적을 때에는 앞 단계로 되돌아가서 내용을 더 마련하거나 고칠 수도 있다. 또 초고를 쓸 때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장르적 특성과 의의, 규범에 따라 내용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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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시> 버스 안에서<마음을 여는 시> 버스 안에서 박일훈 시인 목포 동부시장을 거쳐 가는 1번 버스는 늘 콩나물시루인데 어두컴컴해질 녘 비좁은 틈바구니로 등에 갓난애를 업은 아주머니가 올라타고 아기는 얼마 안 있어 울기 시작한다 금방 멈추려니, 애 엄마가 챙기려니, 승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네댓 정거장이 지나자 애는 자지러진다 애 좀 어떻게 해봐요, 버스 전세 냈나, 이봐요 아줌마 내려서 택시타고 가요, 여기저기서 짜증소리가 허공을 난무하자 갑자기 버스가 멈춘다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버스 기사는 말없이 차문을 열고 나가서 긴 막대사탕 하나 사들고 와 아기 입에 물린다. 이내 아기는 조용해지고 다음 정거장서 내리는 아주머니는 기사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손 등 위에 다른 한 손을 세워 보인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주머니가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버스는 불빛을 비추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빨리 가자는 승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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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 서평> 부유한 삶, 갈급한 삶!<남악 서평> 부유한 삶, 갈급한 삶! 김현철(초당대 교수, 철학박사)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저 | 열림원 | 2021년 10월 28일 출간 책이 페이스북을 못 이기고 철학이 블로그를 못 이기는 시대에, 철학과 책을 남기고 떠난 사람, 이어령! ‘이분 참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면서 사신 분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이다. 책에서 그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이야깃거리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것을 그는 ‘럭셔리한 삶’이라고 지칭한다.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삶을 산 것이 아니라, 그 인생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사셨다고 한다. 그가 구현해 낸 그 이야깃거리 중 우리가 기억하는 것, 이 책에서 계속 묘사되는, 88올림픽 개막식의 ‘굴렁쇠 소년’이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사마란치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지를 "세울!(seoul)”이라고 발표하며 외친 그 감격스러운 순간(1981년 9월 30일)에 태어났기에 ‘바덴바덴 소년’으로 불리는 그! 바로 그 ‘굴렁쇠 소년’이 올림픽 개·폐막식 기획을 맡았던 이어령의 작품이다. 비록 5공화국의 처절함을 맛보지 못한 세대는 이 장면 역시 기억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 그들에게는 어떤 삶이 부요한 삶일까? 인생 후반, 그는 부요한 삶, ‘럭셔리한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아니 갈급한 삶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그 삶을 그는 ‘물독’이 아닌 ‘두레박’과 같은 삶으로 묘사한다. "두레박은 물을 푸면 비워야 해. 그래서 영원히 물을 풀 수 있어. 독은 차면 그만이잖나. 채우는 게 목적이니까. 반면 두레박은 물의 갈증을 만들지.”(187) 두레박 같은 삶, 죽어가면서까지 그러한 삶의 실천으로 등장한 것이 이 책이다. 갈급한 삶, 목마른 삶의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본문에서 언급되고 있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의 교수 존 내시의 모습, 막장 토론을 하고자 했던 그, 하지만 그 지적인 갈증을 풀어낼 길이 없던 삶을 살았던 그, 정신분열증으로 캠퍼스를 미친 사람처럼 배회했던 그, 정신이 이상하다고 자기 집단에서 내몰림을 당했던 그, 그 고통을 이기고 노벨상을 받는 그! 이어령은 자신을 존 내시에 비교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살았던 사람, 그것을 위하여 멈추지 않고 삶을 살았던 사람,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다’라는 말씀을 구현하기 위해 먼저 길을 잃었던 사람, 길을 잃어도 반겨줄 아비가 있다고 믿었던 사람, 특히 문학과 예술을 그리워했던 사람이다. 이 책은 이어령이 암으로 투병하기 시작한 2019년 10월, 문화전문기자 김지수와의 ‘라스트 인터뷰’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사건 그 이후의 가을부터, 추가적으로 열여섯 번 인터뷰의 결과물이다. 이어령의 삶을 더 이어령다운 모습으로 담아내길 소망하여, 임종 직전의 이어령의 거칠고 힘에 부치는 육성 인터뷰를 글로 완벽하게 옮기고자 했던 김지수 작가의 노력으로 이 책이 쓰였다. 죽기 전에는 출간하지 말라는 이어령의 명령을 어기고, 김지수는 그가 죽기 약 4개월 전 이 책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죽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삶에 갈급했기에 오히려 ‘럭셔리’했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겸허하게 담아냈다. 다른 이어령의 모든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은 시적인 영감과 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한 분들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체험하지 못하는 문학적 향취를 맘껏 누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인이요 예술가인 그의 마음을 통한 영성의 세계 또한 군데군데 엿볼 수 있다. 비록 그 영적인 깊이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유보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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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기후변화, 탄소중립, 생태 이야기’ 발간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원장 조도순)은 기후변화 수업 시간에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12가지를 주제로 제작한 정보도서 ‘기후변화, 탄소중립 그리고 생태 이야기’를 10월 28일 발간한다. ○ 이번 정보도서는 △왜 탄소중립을 해야 할까?(2050 탄소중립), △북극곰 살리기?(해수면 상승), △쓰레기가 아니라구요?(자원순환) 등 기후변화 수업 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실제로 한 질문들을 선정해 손그림 삽화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 아울러, 탄소중립과 뗄 수 없는 생물다양성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국립생태원의 활동을 함께 소개한다. 책의 구성은 △2050 탄소중립, △해수면 상승, △화석 에너지, △자원순환, △일회용품 줄이기, △운송수단, △기상이변, △음식 탄소발자국, △해양 쓰레기, △이산화탄소 흡수, △감염병, △생물다양성 등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이야기를 12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 각 장마다 ‘조금 더 생태’ 코너를 통해 생태모방, 외래생물, 동물 찻길 사고, 동물복지, 습지생태계, 아프리카돼지열병, 멸종 등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인간의 삶과 자연이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했다. 이번 정보도서는 국립생태원의 탄소중립 실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되었으며 특히 국립생태원의 다양한 연구분야 전문가들이 생태정보 감수에 참여하여 내용의 정확성을 높였다. ○ 10월 28일 창립 9주년을 맞는 국립생태원은 이번 정보도서가 널리 활용되도록 비매품으로 발간하여 교육기관, 유관기관, 국립생태원 생태교육 수강생 등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 아울러 11월 15일부터 국립생태원 온라인 ‘생태정보도서관’에서 이북(e-Book) 형태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이 책이 탄소중립을 왜 실천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교사와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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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 갤러리> 화제 : 난생, 장백산 화백 (남악신문 33호)<남악 갤러리> 화제 : 난생, 장백산 화백 (남악신문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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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코너> 뽕도 따고 책도 보고<구독자 코너> 뽕도 따고 책도 보고 김봉임 24절기 중 가을이 당도했음을 알리는 추분이 지나고 한로가 되면 나는 일복이 터진다. 일복도 복이 아니겠냐며 가을이 내게 말해주는 듯하다. 일복이란 다름 아닌 가을걷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유난히 상쾌한 날을 잡아 다섯 장의 포대 자루와 바구리 한 개를 들고 밭으로 나선다. 올해도 예년만큼은 수확을 얻을 수 있겠거니 하고 막연한 기대를 안고 밭에 나와 보니 올여름 가뭄 탓인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속수무책으로 자라버린 잡초들 속에 지난여름 심은 메주콩과 땅콩들이 잡초들 사이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먼저 땅콩들을 줄기째 뽑아서 한 데 모아 놓고 보니 바구리 반 정도는 채워지게 땅콩을 얻었다. 먹고 남을 정도는 안 되지만, 내년에 심을 씨앗 정도는 건진 셈이다. 다음으로 잡초들과 뒤엉켜 있는 메주콩을 낫을 베어 추려봤더니 20여 그루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미 바짝 마른 줄기들이라 밭 바닥에 포대 자루들을 쭉 깔아 놓고 막대기로 두들겼다. 내년 정월이면 메주 세 덩이는 족히 만들 수 있겠다. 그리고 밭 한쪽 모퉁이에 이리저리 마구 뿌려놓은 메밀들은 아직 수확하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음에 감나무의 감을 따러 올 때나 같이 수확하는 게 낫겠다. 보아하니 메밀은 작황이 좋아서 올해 효자 작물이 될 성싶다. 올겨울엔 메밀묵을 원 없이 먹어볼 수 있겠다며 혼자서 김칫국물부터 실컷 마셔보았다. 오래전에 심어둔 산자락 밤나무 밑을 가보았더니 여기저기 알밤이 가득 떨어져 있다. 쇼핑 가방에 담아보았더니 하나 가득 담긴다. 윤기가 반짝거리는 알밤 색깔을 보니 자연이 주는 선물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알속도 없이 넓기만 한 밭 자락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을 수확했더니 배가 출출해졌다.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서 밭두렁에 앉아 먹노라니 고구마 밭두렁이 눈에 들어온다. 그나마 고구마는 줄기가 강해서 잡초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역시 강한 자가 이겨내는 자연의 섭리이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나는 고구마 두렁으로 갔다. 빠알간 고구마들이 땅속에서 줄기줄기 연이어 끌려 나오면 어느새 내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아 금새 밝아진다. 올겨울 긴긴밤에는 군고구마를 먹어볼 일이다. 문득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개미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일을 부지런히 하지 않았던가. 덕분에 곡식들을 가득 창고에 쌓아두고 풍요로운 겨우살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짱이는 한여름을 나무 그늘에서 놀며 노래만 즐기다가 엄동설한에 개미네 집에 동냥하러 다녀야 하지 않았던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리라. 베짱이 같이 살아서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사람도 개미같이 일을 부지런히 해야 미래가 있고 작은 꿈이라도 가질 수 있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듯이 언젠가 작은 꿈들이 현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오늘 애써 수확한 농작물들을 거실에 쌓아두고 깊어가는 가을밤에 등화가친의 등불을 켜고 귀뚜라미 노래를 벗 삼아 책을 읽어봐야겠다. 기왕이면 화롯불에 구운 알밤을 먹어가면서 말이다. 나는 가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쓴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읽어본다. 벌써 몇 번을 읽어 본 책이다. 김우종 회장은 그 옛날 어렵게 살던 시절에 봉제공장으로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창출한 분이다. 아마도 그 시절 사업을 하는 사람들 모두의 로망이던 분이었으리라. 그리고 그의 자서전이기도 한 이 책 한 권쯤은 책꽂이에 꽂아두었을 일이다. 과거에는 나도 삶에 쫓기며 살다 보니 제대로 책을 읽을 시간도 없었고 해서 이 책을 이야기로만 들어왔었다. 요즘은 많이 한가해져서 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보면 볼수록 읽고 싶은 책이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에 뽕도 따고 책도 보는 환희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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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 서평> 우리 땅의 ‘자이니치’(Zainichi)<남악 서평> 우리 땅의 ‘자이니치’(Zainichi) 김현철(초당대 교수, 철학박사) 『파친코』 이민진 저/이미정 역 | 문학사상 | 2018년 3월 9일 | 원제 : Pachinko 올여름 필자는 부산에 두 번 다녀왔다. 남들은 군대생활 한 곳을 향하여 침도 뺏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자가 군대 생활을 했던 부산 영도는 그리운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군대에 가기 전 바다를 접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필자는 영도의 바다 경관이 ‘장관’이었음을 이미 그때부터 알 수 있었다. 이번 여름 특별히 부산 영도가 그리워 가고자 했던 마음은, 소설 『파친코』의 1부 무대인 선자가 영도를 한평생 그리워했던 바로 그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진(Lee, Min Jin)이 2017년 미국에서 출간한 『파친코』가 화제다. 이민진은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해간 한국계 미국인 1.5세대 작가이다. 변호사로 일하다가 건강 때문에 변호사직을 그만두고 소설 창작에 전념하여 2007년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을 펴내 미국비평가협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일본이주사를 영어로 써서 미국에서 출간한 그녀의 두 번째 장편인 『파친코』는 현재까지 27개국어로 번역되었고, 이 책에도 실려 있는 권위있는 외국 매체와 작가들의 찬사 몇줄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어떤 작품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1989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이니치’(Zainichi)로서, 현지인의 차별을 견디며 일본 땅에 정착해 가는 삶의 궤적을 묘사한 가족사 소설이다. ‘자이니치’란 식민지 시대에 이주하거나 그들의 2세인 한국계 일본인(Korean Japanese)을 지칭한다. 하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에 자신이 ‘자이니치’로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는 이들은 없다고 한다. 1부 고향(hometown)은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선자, 그리고 고한수와 이삭의 서사로 발전해 간다. 선자는 엄마와 동갑인 생선중개상 유부남 고한수를 사귀어 임신을 한다. 미혼모가 될 뻔한 선자는 목사 이삭과 결혼하여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면서, 선자 일가의 자이니치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선자는 고한수와의 아들 노아를 출산하는데, 이삭은 그를 자신의 아들로 포용하여 양육한다. 그리고 이삭과의 사이에 아들 모자수를 낳는다. 남편 이삭은 신사참배 건으로 옥고를 치른 끝에 지병인 결핵이 심해져 1944년 해방을 보지 못한 채 안타깝게 사망한다. 2부 조국(motherland)은 선자의 장남인 노아의 자살, 둘째 아들인 모자수의 파친코 사업 성공, 손자인 솔로몬의 일본 재류 선택이 핵심 내용이다. 자신이 자이니치임을 치부로 여겨온 노아는 자신의 생부가 야쿠자 고한수임을 알게 되자 학업을 포기하고 가족과 연락을 두절한 채 일본인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그런던 어느 날 어머니 선자의 방문을 받지만, 어머니의 출현으로 자신이 자이니치임이 노출될 것이 두려워 그날 밤 자살한다. 16년 만에 노아를 만났으나 선자 자신으로 인해 노아가 자살하자 장남의 장례식에 가지 않음으로 그가 일본인으로 남게 도와준다.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는 ‘착하게 사는 것’이 소용없음을 깨닫고 20대 초반에 파친코 사업장을 세 개나 운영하는 부자가 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일본인들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게 될 줄 알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하여 그는 아들 솔로몬만큼은 차별 없는 미국에 정주하기를 희망한다. 형 노아의 자살을 겪은 후 모자수는 더욱 그런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솔로몬은 미국정착을 포기하고, 자이니치의 차별을 견디며 아버지 모자수와 함께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을 이어가기로 한다. 이때 그는 언젠가 자신도 일본에 귀화할 수 있음을 생각한다.(2권 368면) 책의 표지에 잘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이작가의 혼이 담긴 이 대작을 그녀가 집필한 구체적인 동기는, 예일대 재학 시절 참석한 강의에서 느낀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 분노란, "일본 내에서 발생한,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한 후 투신 자살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땅에도 많은 디아스포라 이주민들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이니치’ 이상으로 부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주변에서 보고 있다. 이젠 우리의 문화풍토를 돌아보아야 할 때가 왔다. 아니 이미 많이 늦었다. 환대받지 못하는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영위하는 수많은 이주민들에게 ‘편견’의 장벽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이 땅에 사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그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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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시> 역 광<마음을 여는 시> 역 광 박일훈 시인 적외선과 자외선 사이, 백색 가시광선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중천을 떠도는 태양이 형체 지닌 것들의 모든 껍질을 현란케 하면 유독 사람들은 저마다 타고난 자기 색이라고 자랑한다 허나, 태양이 노을을 지어 보금자리를 꾸밀 때면 시나브로 본색을 드러내는 실루엣 하나, 실루엣 둘, 실루엣 셋 너와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남녘과 북녘의 사람들 중국인, 일본인, 미국인… 모두들 매한가지로 안식의 그림자 길게 늘어뜨려 고요와 평화만이 마침내 온 누리에 가득한데 정녕 우리는 어느 때에 이르러서야 악착같이 저 역광선을 헤집고 들어가 편견으로 켜켜이 굳어버린 고집스러운 껍질을 벗어 던지고 기어이 하나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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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악 서평>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휴먼’<남악 서평>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휴먼’ 김현철(초당대 교수, 철학박사)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저/ 송정화 역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 원제 : Human Future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시대이다. 이미 5~6년 전부터 그 단어가 쓰였음에도 여전히 통일된 개념은 없는 형편이기는 하지만 계간지 『철학과 현실』에서 김경환 변호사가 다음과 같이 정리한, ‘융합’이 더 심화되고, ‘연결’이 더 광범위해지며, ‘지능과학’으로 요약되는 생명공학의 개념이 필자에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융합, 관계, 지능! 사람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기계들의 연결이다. 이 개념에 의하면, 결국 4차산업혁명이 꿈꾸고 있는 결과물은 ‘포스트휴먼’이라고나 할까. 오늘 소개할 책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변경하려는 생명공학의 여러 시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진정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가 던진 다양한 질문들은 출판 후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더 빛나고 있다. 생명공학 시대에 우리는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생명공학의 발달은 우리를 이전보다 더 인간답게 존재하게 할까? 또는 그동안 인류가 지켜 온 인간의 존엄성, 평등과 같은 가치의 포기로 우리를 탈인간화 시킬까?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는 생명공학이 약속하는 유토피아적 청사진의 어두운 이면을 조망하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고 제어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 생명공학은 질병의 치료만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 성격, 도덕성의 ‘개선’에도 관여하려 한다. 생명공학은 과학의 관점에서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전망을 보여 주는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정치적으로는 그리고 종교적으로 많은 논란을 초래한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기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당한가?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논의를 제공한다. 후쿠야마는 미국 이민자 일본인 3세로 정치학을 전공했다. 미국 정부의 여러 정책 연구를 수행했으며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현대 생명공학이 제기하는 중대한 위협은 인간 본성의 변화에 있으며, 그에 따라 역사가 포스트휴먼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25쪽)고 우려한다. 과거에도 질병, 노화, 장애 등의 생물학적 한계는 의학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포스트휴먼 사회는 건강하고 젊고 소위 ‘정상적인’ 사람도 사회가 더 선호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생명공학에 의존하게 되는 사회를 말한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생물학적 운명을 뛰어넘으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옹호자들은 과학기술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휴머니즘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글(Google)은 싱귤레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이 포함된 ‘그룹’(https://su.org)을 설립한다. 여러 단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그 그룹의 궁극적인 목적은 ‘죽지 않는’(immortal) 존재자를 만들어 내기 위함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들은 지금도 분투하는 중이다. 하지만 포스트휴먼 사회가 진정 ‘인간적’일지는 논쟁거리다. 후쿠야마는 생명공학 시대에 대두되는 휴머니즘 논쟁에서 포스트휴먼 사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특별히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은 기계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누리면서, 기계는 인간 쪽으로, 인간은 기계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기계화, 기계의 인간화 내지 인격화라는 흐름이 인간의 삶, 지식, 제도 등에 초래하는 변혁이라는 것이 바로 포스트휴먼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바로 이 책의 문제 의식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그것의 결과물인 포스트휴먼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더 깊게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출판된 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 후쿠야마의 문제의식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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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코너> 9월이 오기 전에<구독자 코너> 9월이 오기 전에 김봉임 꽃피는 봄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소서, 대서도 지나고 한여름 삼복더위 중 말복의 막바지 길목에서 조석으로는 시원한 바람마저 부는 걸 보니 저만치 9월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게는 9월이 오기 전에 해두어야 할 일이 두 가지나 있다. 그것들 중 하나는 농사일이다. 더운 날씨에 심어주고 김매주었던 밭을 둘러보면서 가을 추수를 생각한다. 노랗게 익은 참깨는 털어서 비닐하우스 속에 말려줘야 한다. 또 땅콩도 흙을 잘 북돋아 줘야 가을에 잘 영근 땅콩을 얻게 된다. 그런데 6월 가뭄에 심었던 서리태 검정콩은 속담처럼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 듯’ 했다. 콩밭 여기저기 빈 땅이 많아서 콩 대신 메밀 씨앗을 이리저리 마구 뿌려 놓았더니 그 후에 소낙비가 내려준 덕택일까, 메밀 씨가 부려진 대로 돋아 나와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웃자랐다. 메밀대에 달린 봉우리마다 하얀 꽃이 만개해 버렸다. 속수무책으로 피어버린 메밀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장돌뱅이 허 생원이 떠오른다. 그 장돌뱅이는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갈 곳이 너무 많다. 무거운 등짐을 메고 이 장터 저 장터로 버거운 삶을 이어가면서도 장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는 넉살과 밝은 인사말이 장사 밑천인 사람이다. 하기야 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누가 농사일을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주위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이냐며 이제 농사일은 그만하라고 난리다. 나는 그저 친정에서 경작하던 밭이기에 운동 삼아 농사를 지을 뿐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햇볕에 몸이 그을리다 보면 비타민 D도 공짜로 섭취하게 되고 흘린 땀을 벌충하기 위해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면 온몸과 정신이 개운해진다. 공짜로 사우나를 한 것과 진배없다. 나이 들어서도 적당히 일을 하면 면역력도 좋아지고 자연히 건강에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특히 올여름과 같이 ‘마른장마’를 경험할 때면 농사를 지으면서 물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물의 중요성과 땀의 정직함을 새삼 느끼면서 늘 물을 고맙게 생각하고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6월 가뭄으로 고구마 순을 제때 심지 못하고 하지를 넘긴 후에야 한 차례 소낙비 덕으로 어렵사리 심어놓고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비가 내려서야 황토밭 위에 파란 고구마 잎들이 밭두렁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9월이 오기 전에 내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서점의 매장 정리다. 이제 말복도 지나가고 처서가 돌아오면 대학의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구내 서점의 매장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벌써 서점 매장에는 2학기 교재들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또 필요한 교재들은 따로 주문을 해두어야 한다. 분야별, 전공별로 교재들을 제자리에 잘 진열해두는 일도 만만치 않다. 9월 1일이면 개강일이다.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의 발길로 활기찰 일이다. 또 천고마비의 계절에 청운의 꿈을 실어 달릴 푸른 하늘 위로 학생들은 저마다 레일(rail) 깔아 힘차게 정진할 일이다. 올여름은 내게 너무 더워서 심신이 지치고 힘들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 있다. 올 9월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할 것이다. 그런 기대에 다가올 9월이 더 반갑고 값지다. 일하는 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세상의 섭리요, 자연의 이치 아닌가. 우리 주위의 농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은 언제나 땀 흘려 일한다. 그들의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주는 풍요롭고 행복한 9월이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