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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

기사입력 2023.09.0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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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

    조수웅 문학박사

     

    <42호에 이어서>

    이와 같은 문장은 창작과 다른 글쓰기를 구별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김동명의 시 ‘내 마음’에서 ‘내 마음은 넓다’라고 하지 않고 ‘내 마음은 호수요’라고 말해 ‘그대 노 저어’올 수도 있고 ‘그대의 뱃전에 부서’질 수도 있게 하는 것이 창작(문학적 표현)이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고 표현의 효과를 높이는 비유적 문장을 쓸 줄 안다면 이제 필요한 일은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갖는 것이다. 문학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발상이고 남다른 시각이고 자기만의 문장을 구사하는 일이다. 창조 행위는 새로움과 변별성이라는 차원을 끌어안고 있다. 누구나 하는 말을 누구나 하는 방식으로 늘어놓는 문장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담은 문장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흔히 문체(간결체, 만연체, 건조체, 화려체, 우유체, 강건체)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과 개성에 맞는 문장을 개발하는 일이 문장 훈련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창작한 작품을 돌려보기, 작품에 대해 토론하기, 창작한 작품을 공동으로 다듬기, 작품을 여러 방식으로 시연presentation하기: 우한용 외<문학>)

     

    4) 창작기법

    모든 소재, 모든 작가, 모든 습작에 딱 들어맞는 창작기법이나 그것을 비법으로 전달해줄 스승은 머릿속에나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는 없다. 설령 그런 스승이 있다손치더라도 ‘비법의 전달’은 무용하다. “장점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장점을 이룰 수 없다. 하얀색만으로는 더 하얀색을 만들 수 없다.”는 선문답이 그 대답이다.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 청춘 남녀가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소위 ‘참사랑’보다 더 절실하고 감동적인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짝사랑’이나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이 ‘참사랑’보다 찐한 사랑이 된다. 특히 현실이 아닌 문학작품에서 더욱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잘생기고 성격 좋고 공부 잘하는 친구보다, 괴짜고 가난하며 지질이 공부도 못하는 친구에게 더 강한 우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창작기법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방증인 것이다. 창작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신출내기가 정통 습작과정을 그것도 저명한 교수에게 꾸준히 배운 수많은 문창과 출신 응모자를 재끼고 당당히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모방에서 창작이 오고, 경험에서 상상력이 오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지만, 진정한 창작기법은 결국 독서, 습작,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찾아낸다는 말이다.(歐陽脩- 多讀. 多作, 多商量)

    그렇지만 독자를 감동시킬 빼어난 작품이 되려면 구성, 문장 등 창작기초를 단단히 배워두는 게 필수다. 아무리 창작이 홀로 하는 밀실작업이라 해도 기초가 부족하면 자칫 자기만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굳혀버린 자기만의 스타일은 시간이 많이 흐르면 불치병처럼 고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습작 중에는 반드시 스승이건 또래를 불문하고 꼭 합평회를 해보는 것이 좋다. (손흥민-기본기, 정숙인-타고난 재능과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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