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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들목> 탱자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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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들목> 탱자꽃 필 무렵

윤창식 소설가

<삶의 나들목> 탱자꽃 필 무렵

윤창식 소설가

 

정옥네 탱자나무 울타리에 하얗게 탱자꽃이 필 무렵이면 호랑나비 유충이 파충류 등피처럼 꼼틀거리곤 했다. 호랑나비 애벌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라도 하면 알 수 없는 냄새를 풍겨 창훈은 기분이 아뜩해지기도 하였다.

창훈은 한동네 끝자락으로 이사온 외갓집에 엄마 심부름이라도 갈라치면 하필 정옥네 집 앞을 지나가는 일이 꽤 부담스러웠다.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창훈은 시누대와 참나무 등걸로 엮어 만든 자기네 울타리와는 영 딴판으로 날캄하기 짝이 없는 정옥네 탱자가시가 가슴팍을 콕콕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창훈은 무슨 악연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듯한 탱자나무에 그토록 예쁘게 하얀 꽃잎이 맺힐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자기보다 한 살 아래인 정옥이었다. 정옥의 부모는 깡시골 사람 답지 않게 마음씀이나 말맵시가 살가웠고 정옥의 오빠와 언니도 순둥이로 소문이 날 정도였으나 정옥만은 달랐다. 정옥은 예쁘장한 얼굴과는 달리 곧잘 심술을 부렸고 톡톡 쏘는 듯한 말투에는 가시가 밖혀 있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1년 전 어느 늦은 봄날이었다. 다도해를 갓 넘어온 봄바람에 누런 보리밭이 일렁이고 뽕나무 가지마다 까맣게 오돌개(오디)가 영글어가던 때였다. 그날도 창훈은 외할머니가 쥐어준 삶은 감자를 우적이며 자기집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창훈은 정옥네 집 앞 길로 가지 말고 보리밭 이랑너머로 돌아서 갈까도 생각했으나 전에 없던 용기를 내어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로 했다. 창훈은 별일 아니란 투로 무슨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정옥네 탱자 울타리 둘레길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정옥이가 하얀 탱자꽃을 머리에 꽂고 사립문 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창훈은 뜨끔했다. 며칠 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옥은 창훈이가 자기네 보리밭 가에 서있는 뽕나무에서 오돌개를 따먹었다고 공연히 트집을 잡았던 것이다. 창훈은 가시내가 또 무슨 시비를 걸까 싶어 고개를 푹 숙이며 재빠른 걸음으로 사립문 앞을 지나치다 정옥이와 부딪힐 뻔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정옥은 창훈이 일부러 자기를 끌어안았다는 엉뚱한 소문을 내고 다니는 바람에 한동안 창훈은 몸둘 바를 몰랐다. 창훈은 정옥이와 맞딱뜨릴 때마다 왠지 모를 불편한 기운을 느끼며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53년이 흘렀다.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을 찾은 윤창훈은 감회에 젖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던가. 마냥 순하기만 하던 정옥이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얼마 되지도 않은 논밭을 몽땅 빼앗기고 정옥네가 야반도주하듯 어디론가 떠나던 날이 어제인 듯 떠올랐다. 어리디어린 창훈에겐 밑도끝도 없는 형극(荊棘)의 둘레길로만 느껴지던 탱자꽃 울타리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대체 정옥은 창훈에게 왜 그랬을까? G시로 다시 돌아온 창훈은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열어 페이스북에 탱자꽃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포스팅하려고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마음에 드는 하얀 탱자꽃을 다운받고 사진 출처를 확인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

블로그 '탱자꽃 필 무렵'(블로거 : 한정옥)

정옥은 시인이 되어 있었다. 창훈은 형언할 수 없는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가슴이 따사로우면 차가운 눈발 속에서도 하얀 탱자꽃이 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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