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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달산 산책로> 희망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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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달산 산책로> 희망의 봄

김봉임 수필가

<승달산 산책로> 희망의 봄

김봉임 수필가

 

갑진년 새해 입춘이 돌아왔다! 어쩐지 입춘 하면 생동감이 들어 만물이 세상에 쫑긋쫑긋 발돋움하려고 귀 기울여 단단히 발 디딤 할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입춘은 신바람을 몰고 이내 삶의 나락에서 머물고 있다.

올해 104세 철학자로 지체 높으신 분의 새해의 희망은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단다. "앞으로 5년의 삶이 더 주어진다면 나도 제자들이나 시인들처럼 시를 쓰다 가고 싶다.”라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큰 희망을 불어넣는 멋진 말이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그에 비해 초라한 나지만 입춘이 되면 만물의 일원으로서 내게도 희망이 하나 있다. 늦은 나이지만 나 역시도 시인이 되어 초연히 시 낭송을 한 번 해보는 게 소망이다. 작년 봄부터 틈틈이 시 공부를 하면서 문학 독서를 하다 보니 세상사 삶이 시가 되고 시는 곧 삶의 행복을 장식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 겨울호 문예지 동산문학에 다섯 편의 시를 투고했더니 당선이 되었다며 당선 소감을 메일로 보내라는 문자가 핸드폰으로 왔다. 나는 기쁜 나머지 어린애마냥 방 한 바퀴 돌면서 마치 유명 시인이라도 되는 양 핸드폰을 부여잡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낭송해 보았다.

길을 걷다가도 길가에 함초롬이 피여 있는 들꽃을 보면서 온갖 역경을 딛고 영원한 사랑의 보랏빛을 띠며 활짝 핀 꽃을 보면 사랑스럽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아직 머문 연초록의 작은 옹골진 꽃봉오리는 머리에 입력해놓고 집에 와서 도화지에 그려보며 시로 연작을 해본다. 시란 쓰고 싶다 해서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다. 사물의 아름다운 매력들이 머리에 그려져야 아름다운 시가 탄생 되는 거 같다. 그래서인지 시 쓰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무작정 연습해서 잘 써질 일도 아니다. 유명한 시인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기만 하다.

나는 입춘이 되면 소소한 일상생활의 할 일이 많아진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삶의 넉넉함을 말해주는 것 같아 즐겁고 글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메주콩으로 메주 네 덩이를 만들었는데 검고도 노랗게 아주 잘 띄워젔다. 마침 오늘이 길일이라고 해서 간장을 담가놓고 운동 삼아 집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앙상한 대추나무와 늘씬한 블루베리 나무들은 가지 마디마디에 ‘움’이 맺혀있어 밭에 심어놓은 해묵은 과일나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몹시 추웠는데 오늘은 날씨가 눅눅하고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져서 지난날의 ‘삼한사온’이 근래에 와서는 ‘삼한사미’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5일장에 들러 어린 감나무 묘목을 세 그루 사 들고 밭 진입로에 와보니 맥없이 쓰러진 잡풀들이 뒤엉켜 산새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겨울에 언 땅이 풀려 질퍽하기 때문에 하우스 안에 넣어둔 장화로 바꿔 신고 나무 심을 곳을 정해보았다. 밭모퉁이의 작은 방죽에는 아직도 살얼음이 은쟁반처럼 떠 있다. 방죽 옆에 심어놓은 밤나무는 어느새 집채만큼이나 훌쩍 커버려 작년 가을에는 소쿠리에 한아름의 알밤을 그냥 안겨 주었었다.

나는 밤나무에게 고맙다며 가지치기를 해주면서 호박 넝쿨과 이름도 모르는 질긴 넝쿨이 나뭇가지를 휘감고 있어서 일일이 줄기를 도막내어 거둬주었다. 한결 가뿐해진 밤나무는 나더러 돌아오는 올 가을에도 튼튼하게 자라서 토실토실한 밤을 그냥 안겨주겠다는 듯이 하늘거린다.

나는 일복을 타고난 모양이다. 하긴 일복도 복은 복이다. 나는 15년 전에 홍시감 12그루와 단감나무 5그루를 사다 심었는데 2년 후에 감이 나름대로 수학량을 안겨 주었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는 감나무마다 감이 열리지 않아 홍시감 열댓 개만 수확했다. 작년 여름 긴 장마에 불 볓 더위가 그 원인이라 한다. 그나마 군데군데 홍시 감나무 3그루가 죽어 버렸다. 일복이 많은 나는 죽은 3그루의 나무를 베어 뽑아내고 그 자리에 5일장에서 새로 사온 감나무를 심었다.

그 밖에도 사과나무 5그루, 복숭아나무 3그루도 같이 키운다. 한 두해는 제법 꽃도 피고 열매도 맺어주더니만, 작년에는 추수가 엉망이었다. 복숭아나무는 재작년 겨울 추위에 얼어죽은 듯 매말라 있고, 사과나무는 여름에 수분을 제대로 섭취 못하고 벌레들에 시달렸던지 한 개의 사과도 내주지 않았다.

목포 사는 세 살 터울 여동생은 날 볼 때마다 뭐 하러 힘들게 손실을 봐가며 나무를 심느냐고 핀잔을 준다. 그렇지만 움직이며 사는 동안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희망의 봄날을 맞아 희망의 과일나무 한 그루라도 심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입가에 쓴웃음을 짓는다.

김봉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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