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화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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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시> 파도<마음을 여는 시> 파도 허형만 시인 파도를 보면 내 안에 불이 붙는다. 내 쓸쓸함에 기대어 알몸으로 부딪치며 으깨지며 망망대해 하이얗게 눈물꽃 이워내는 파도를 보면 아, 우리네 삶이란 눈물처럼 따뜻한 희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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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Ⅳ. 비평이야기(1)[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Ⅳ. 비평이야기(1) 조수웅 문학박사 <지난 43호에 이어서> 둘째로, 미시과정에서 할 일은 기억해야 할 정보의 단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문장 1ㄱ.을 읽었을 때, 대부분의 독자는 ‘풍선이 사라졌다’라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기억하려고 선택한다. ‘풍선이 빨갛다.’와 ‘천천히 사라졌다’ 같은 나머지 정보들은 글의 전개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정보일 때만 선택되어 기억된다. 학생들은 성장할수록 점점 더 긴 글을 읽게 된다. 특별한 학습 전략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텍스트의 모든 세세한 정보들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능숙한 독자는 개개의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그 정보만을 기억한다. (2) 연결과정 독자들은 개개의 정보들이 전체적으로 응집된다면 읽은 것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이것은 읽을 때에 절과 문장 사이의 관계도 또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의 절과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연결과정(integrative processing)이라고 한다. 앞의 미시 과정이 개별 문장의 내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연결과정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독해의 하위 과정이다. 연결과정은 대명사의 지시 대상을 확인하기,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기, 서술 상황에 관련된 여타 정보를 추론하기 등과 같은 능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문장 1ㄴ.과 1ㄷ.을 연결할 때 여러 가지 추론이 진행된다. 1ㄴ. 영철은 가게에 갔다. 1ㄷ. 그는 배가 고프다. 첫째로 독자는 1ㄷ.의 ‘그’가 ‘영철’이라는 것을 추론해야 한다(대명사의 지시 대상 확인하기). 둘째로, 그는 배가 고프기 ‘때문에’ 가게에 갔다는 것을 추론한다(문장 간의 관계 확인하기). 그리고 ‘가게에서는 식품을 팔고 그는 식품을 약간 살 것이다’라는 추가적인 추론을 필요로 한다. 두 개의 간단한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양의 능동적 추론이 필요하다. 작자는 독자가 알고 있으리라는 정보를 생략하므로 글의 경제성을 살리고, 독자는 생략된 정보를 추론하면서 기쁨을 맛본다. (3) 거시과정 글의 정보들이 전체적 조직 유형에 따라 조직되어 있다면, 독자의 기억 속에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보존될 것이다. 잘 조직된 글에서 중심 화제는 일종의 요약 역할을 한다. 개개의 정보 단위들을 종합하고 조직하여 요약문이나 중심 내용을 찾는 과정을 거시 과정(macroprocessing)이라고 한다. 거시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하위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글 요약하기다. 요약할 때에는 중요하지 않는 정보를 삭제하기, 세부적인 내용을 요약하는 중심 문장을 찾기, 중심 문장 구성하기 등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필자가 사용한 글의 조직 전략을 사용하여 글의 내용을 독자 자신의 기억 속에 표상하는 것이다. 글 구조에 관한 연구들은 읽은 내용을 회상할 때 필자가 사용한 조직 유형을 활용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많은 내용을 회상하였음을 보여주었다. (4) 정교화 과정 능숙한 독자가 글을 읽을 때 필자에 의해 의도되거나 축자적 해석(literal interpretation)에 요구되는 추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에 일어날 일 예측하기,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하기, 정보를 유사한 경험과 관련짓기 등과 같은 활동을 한다. 필자가 의도하지 않은 내용에 대하여 추론하는 과정을 정교화 과정(elaborative processing)이라 한다. 정교화는 글 내용의 회상을 촉진한다. 정교화 하는 독자는 그렇지 않은 독자에 비해 많은 내용을 회상한다. 그러나 정교화는 반드시 글과 관련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부적절한 정교화는 필자가 의도한 메시지의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다. (5) 초인지 과정 초인지(metacognition)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의식적인 자각과 통제라고 범박하게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자가 내용을 이해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를 알거나 성공적인 이해나 장기 회상과 같은 인지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아는 것을 말한다. 이해나 장기 회상을 조절하기 위해 자신의 전략을 선정, 평가, 통제하는 것을 초인지 과정(metacognitive processing)이라 한다. 학습 전략(study strategies)은 초인지 과정의 비근한 예이다. 시연(試演)하기(rehearsing), 다시 보기(reviewing), 밑줄 긋기, 메모하기 등은 기억을 촉진하는 초인지 과정이다. 기초 수준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글의 앞부분을 다시 점검하기, 무엇인가 분명치 않다고 깨닫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독자가 자신의 읽기 과정을 조절하고 있다는 표지다. (6) 상호작용 과정 읽기 과정에 기초하여 읽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읽기란, 독자가 개별 문장에서 아이디어를 이해하여 선택적으로 회상하고(미시과정), 절이나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거나 추론하고(연결과정), 회상한 아이디어를 중심 내용으로 조직하거나 종합하고(거시과정), 필자에 의해 의도되지 않은 정보를 추론하고(정교화과정), 독서 목적에 맞추어 이러한 과정을 조절하는(초인지과정)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은 동시에 일어나며, 항상 서로 다른 과정과 상호작용한다(상호작용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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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명구 100선>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자왈: "오미견호덕여호색자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아직 여색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덕을 닦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1) 好德如好色(호덕여호색): 덕을 좋아함이 여색을 좋아함과 같다. 여색을 좋아하는 것만큼 덕을 닦기를 좋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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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시> 그늘이라는 말<마음을 여는 시> 그늘이라는 말 허형만 시인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그 깊고 아늑함 속에 들은 귀 천년 내려놓고 푸른 바람으로나 그대 위해 머물고 싶은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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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도서 안내> 『서해랑길 워킹투어』 작가 조유향길 위의 길을 걷는 작가 조유향. 그녀는 최근 도서출판 현자에서 『서해랑길 워킹투어-해남 땅끝탑에서 영광으로 전라남도를 걷다-』를 펴냈다. 여기에 책의 서문을 담는다. 서문 "서해랑길을 걷는 날은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다" 서西쪽 바다의 파도와 함께랑 걷는 길, '서해랑길'이 2022년 6월 22일에 정식 개통되었다. 해남- 신안- 영광- 고창- 군산- 서천- 보령- 태안- 서산- 평택- 인천- 강화를 잇는 109개 코스, 1,800㎞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을 구성하는 길, 해파랑길800km과 남파랑길1,470km에 이어 서해랑길이 최장 거리로 서해둘레길이 된 것이다. 서해랑길은 '해남 땅끝탑' 1코스에서 시작한다. 한남도의 최남단이자 국토순례의 시발지 땅끝마을에서 대륙을 거꾸로 올라간다. 한 걸음씩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저 끝 지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걸음씩 떼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도보기행이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원시적 노동은 인생 노정이 어떤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너무 평범하면서도 새삼스럽게 그 의미가 깊은 산교육이다. 이 책에는 서해랑길에서도 전라남도 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담고자 한다. 1코스에서 시작해서 차분하게 걸어 올라가 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구간은 총 40개 코스, 643.5km로 8개의 기초 지자체를 만난다. 각 시·군별 구간과 거리는, 해남군(1-5, 13-16)이 138.5km, 진도군(6-12) 123.1km, 영암군(17) 11km, 목포시(18) 18km, 무안군(19~25, 31~34) 167.5km, 신안군(26~30) 95.3km, 함평군(35) 19.0km이며, 마지막 영광군(36- 40)은 81.7km가 된다. 서해랑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구릉 따라 붉게 드러난 건강한 황톳길을, 그리고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게 된다. 전남의 농업문화와 종교와 목포근대문화의 거리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인류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때로는 자연이 선사하는 느린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감성을 채우는 풍경을 따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여정이 되기도 하고. 물론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도보여행이었다. 그 밖에도 한반도 최남단 서쪽 바닷길 따라 걷는 서해랑길에서는 울창한 갈대숲과 화려한 새들의 비상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진한 민족의 넋과 얼이 서린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지듯 삶이 생생하게 이어지는 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특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장소 안의 사람과 관련되어 있거나, 혹은 장소 그 자체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재미지다. 서해랑길은 허투루 지나면 안 된다.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되는 보물찾기 여정이 시작되는 길이다. 서두루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관심 없이 무작정 그냥 걷기만 하면 보통의 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다소 무미건조한 길이다. 보물은 인근에 숨겨두었다. 생물학적 흔적을, 정신적인 흔적을, 문화적인 흔적을, 단서가 되는 구체적인 흔적을 찾아 여행하는 시간이다. 이는 곧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다. 손이 닿은 곳이면 모든 원전에서 지식을 끌어 모아 담아볼 생각이다. 코리아둘레길에서 제시하는 비전처럼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인 까닭이다. ‘평화, 만남, 치유, 상생’의 가치를 구현하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서해랑길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의 보고로서 뿐만 아니라 통찰력을 길러주는 무한한 지혜의 보고로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 생각한다. 거기서 얻은 지혜는 쇠처럼 한 번 사용한 뒤에 시간이 경과하면 녹이 슬어 다른 지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일시적인 정보가 아니다. 한 번 마음에 새기면 영원히 삶의 지침으로서 남는 몸 전체가 받아들여진 무엇인가가 응축된 것들이다. 내가 뭔가를 알아서 기꺼이 전해주려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를 알고 싶어서 걸었다. 내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걸으면서 배웠다. 나는 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이미 나에 앞서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만의 정리를 해본다. 그래서 나만의 책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또 찾아왔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작가들의 글과 연구 성과, 그리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의존했다. 특히 이번에는 목포 문학의 거장 김우진 극작가, 박화성 소설가, 차범석 극작가, 김현 평론가의 저서와 자서전을 찾아 읽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또한 전라남도의 지역별 작가, 진도 곽의진 작가, 광주 문순태 작가, 신지견 작가, 송은일 작가 등등. 그들의 많은 작품을 탐독하였다. 그리고 지역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밝혀내고자 관심을 기울여 살피고자 노력했다. 홀로 걸으며 고민을 정리하고 더 나은 생각을 뽑아내곤 했다. 서해랑길을 걷는 날은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다. 개통되고도 벌써 1년이 넘은 시간이 훌쩍 흘렀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일정을 잡아 나서려고 애섰다. 거리감이 있는 코스는 2회에 나누어 아니 3회까지 나누어 걸어 올라갔다. 그러는 가운데 비틀거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무릎에 멍이 들고 발바닥이 아프고 배낭이 무겁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세월이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는 시간에 주어진 장소에서의 물리적 움직임을 더디게 했다. 이렇게나마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서해랑길. 마을을 에돌아 나오고 들길을 걷고 산길도 걸었다. 내를 건너고 재를 넘었다. 바닷가를 따라서 걷고 강가를 거슬러서도 걸었다. 비가 내려도 걷었고 해가 쨍쨍 내리쬐어도 걸었다. 높은 산자락에 걸려 있는 구름도 뛰어 넘었다. 눈, 귀, 코, 다리 손 등등 나의 온 몸이 서해랑길을 기억한다. 서슴없이 ‘서해랑길을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서해랑길을 읽다’라는 부제를 달고 싶다. 하여튼 서해랑길은 전라북도로 이어진다. 걸었던 길보다 걸어야 할 길이 더 많다. 그 길들이 나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미션처럼. 끝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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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달산 산책로> 소멸해가는 고향마을<승달산 산책로> 소멸해가는 고향마을 김봉님 수필가 가을로 가는 여름의 꺾임 목에서도 포도 열매는 연보라 빛을 띄우며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나는 재작년 봄에 무안 5일장에 들러 포도나무 한 그루를 사다가 우리 집 마당 울 밑에 심었더니 올해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보랏빛을 띠며 잘 익은 포도알을 따서 먹었더니 입안에 가득 향이 퍼지면서 어찌나 달던지 나도 모르게 지난 추억이 돌이켜진다. 나는 가을이 오면 고향 집 앞 텃밭으로 가을걷이하러 간다. 올해는 장마에다 찜통더위까지 겹쳐 밭 곡물들은 여기저기 뜸 뜸 서 있고 잡풀들만 무성해서 겨울에 메주 만들 콩이 두어대나 나올는지 모르겠다. 지난 초여름에 밭 귀퉁이에 이리저리 뿌려놓은 하얀 메밀꽃은 언제 봐도 정겹다. 나는 메밀꽃을 바라보면서 열매로 수확할 생각은 없으니 언제까지나 꽃으로 남아 있어서 내가 밭에 오거들랑 나를 반기면 좋겠다고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해본다. 메밀꽃 옆으로 심은 지 십 년은 훨씬 넘은 밤나무는 해마다 알밤을 그냥 주어 가라며 땅에 떨궈주는 효자 나무가 되었다. 올해도 밤이 주렁주렁 열려 여물어가는 밤을 보면서 가을은 역시 결실의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밭 등성이로 올라가 앉아 쉬면서 내가 나고 자란 고향 마을을 바라보았다. 마을 앞 저수지와 앞산 뒷산의 풍광들은 그대로인데, 가을의 밭들은 주인을 잃었는지 이름 모를 잡풀들로 무성하다. 그 시절 이맘때면 집집이 도리깨질 두드리는 소리와 탈곡 소리로 가을의 풍악을 이루었건만 동네가 지금은 적막감마저 든다. 마을의 입지가 좋아서 옛날부터 광산김씨 자작일촌으로 그 인정 많던 아짐들과 삼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엔 백발의 망구들은 동네잔치나 연년이 돌아오는 기제사 날들을 쭉 끼고 있어서 동네 아짐들은 조상들의 기일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광산김씨 용자 학렬 김용채는 광주일고를 나와 서울법대를 다녀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니 동네가 온통 기쁨으로 날아갈 뻔했다. 당시 나주 군수도 한걸음에 찾아와 마을의 영광이라며 크게 치하했었다. 옛날 내가 자란 동네는 크고 사람들이 많아서 윗돌 아랫돌로 나뉘어 살았는데, 지금은 인구가 소멸하는 바람에 윗돌 아랫돌 합쳐도 고령의 지인들이 겨우 열 명 정도가 남아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동네 앞 냇가에는 맑은 물이 흘러 피라미와 송사리 등을 잡아서 검정 고무신 두 짝에 가득 채워 맨발로 집에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도 지금은 냇가 복개 공사로 아스팔트 도로가 되어 뭇사람들의 자가용이 지나오고 또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마을 중앙에는 정각이 있고 그 옆에 어른 세 사람이 양팔을 벌려 보듬을 만큼 몸집이 큰 당산나무는 정각 지붕을 덮어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주었었다. 그때 고마웠던 당산나무는 지금은 보이지 않고 그곳에는 마을회관이 들어서 있다. 나는 자꾸만 빈집이 늘어가고 옛것이 소멸해가는 정든 고향 마을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글로서나마 아쉬움을 달래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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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Ⅳ. 비평이야기(1)[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Ⅳ. 비평이야기(1) 조수웅 문학박사 <지난 43호에 이어서>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창조적 행위이다. 그래서 독자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 감동을 통해서 정서의 폭이 넓어지고, 깨달음을 통해서 가치관(인생관, 세계관 등, 고교시절 도덕 교과서보다 한 권의 소설에 영향을 더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잘 읽은 소설 한 권 일생을 좌우한다.’)이 똑바로 서며, 남다른 안목을 길러 정신세계가 풍요로워지고, 삶을 더 깊 있게 드려다 볼 수 있으며,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비록 간접적이기는 해도 많은 사람과 문명을 만나는 즐거움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준 높은 독자라면 ‘창조적 읽기’를 해야 한다. 작품을 발표할 당시는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작가가 죽은 100년 뒤에야 세계명작으로 자리 잡은 뫼밀의 모비딕(白鯨)에서 보듯, 명작이란 일차적으로 작가의 뛰어난 창작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독자가 남다른 안목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어 평가해줌으로써 명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어 올바른 평가를 하려면, 평소 독서를 많이 하고, 문학 감상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이론적 지식을 넓혀 둬야 한다. 그렇지만 이론적 지식(방법론)은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한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서가 먼저고 감상방법은 그 다음으로, 어디까지나 독서에 중심을 두되 그 읽기를 새로운 깨달음의 시각에서 음미하자는 것, 혹은 좀 더 당대의 관점에 맞는 이론적 체계를 통해 꼼꼼히 읽자는 것이다. 1. 읽기 ‘읽기란 문자로 표현된 언어를 판독(判讀)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미 습득한 배경지식(背景知識)과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체계로 재구성(再構成)하는 지적활동’인데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읽기의 과정, 읽기의 개념과 문학텍스트 읽기, 문학텍스트의 구성을 분석하며 읽기를 차례로 살펴보자. 1) 읽기의 과정 읽기 연구들은 독자가 읽는 동안에 적어도 다섯 유형의 과정들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각각의 과정은 다양한 하위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기본 과정은 하나의 통일된 행동으로 작용하고 있다. (1) 미시과정 읽을 때, 독자가 첫 번째 할 일은 텍스트를 이루는 개개의 문장에서 개별적인 정보의 단위로부터 의미를 유도하고, 이 중에 어떤 생각을 기억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 미시과정(microprocessing)이라 하는데, 개개의 문장의 ‘어구 나누기(chunking)’와 각각의 정보 단위에서 일부를 선택하여 회상하기가 주요 과제가 된다. 개별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였다고 가정하였을 때, 개별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개의 하위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로, 단어들을 구분하여 어구의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어구 나누기(chunking)’라고 하는데, 문장의 통사 구조에 대한 지식과 문어(written language)의 사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음 문장을 보자. 1ㄱ. 빨간 풍선이 하늘로 천천히 사라져 갔다. 1ㄱ.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독자는 "빨간”이란 단어를 "풍선”이란 단어와 관련지어야 한다. 왜냐하면 "빨간”은 "풍선”의 속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천히”는 "풍선”보다는 "사라져 갔다”와 관련지을 수 있어야 한다. 능숙한 독자는 읽는 도중에 자동적으로 의미에 따라 문장의 어구를 나눈다. 연구에 의하면 능숙한 독자와 미숙한 독자는 의미 구조에 따른 어구 경계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서로 달랐다고 한다. 둘째로, 미시과정에서 할 일은 기억해야 할 정보의 단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문장 1ㄱ.을 읽었을 때, 대부분의 독자는 ‘풍선이 사라졌다’라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기억하려고 선택한다. ‘풍선이 빨갛다.’와 ‘천천히 사라졌다’ 같은 나머지 정보들은 글의 전개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정보일 때만 선택되어 기억된다. 학생들은 성장할수록 점점 더 긴 글을 읽게 된다. 특별한 학습 전략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텍스트의 모든 세세한 정보들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능숙한 독자는 개개의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그 정보만을 기억한다. (2) 연결과정 독자들은 개개의 정보들이 전체적으로 응집된다면 읽은 것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이것은 읽을 때에 절과 문장 사이의 관계도 또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의 절과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연결과정(integrative processing)이라고 한다. 앞의 미시 과정이 개별 문장의 내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연결과정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독해의 하위 과정이다. 연결과정은 대명사의 지시 대상을 확인하기,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기, 서술 상황에 관련된 여타 정보를 추론하기 등과 같은 능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문장 1ㄴ.과 1ㄷ.을 연결할 때 여러 가지 추론이 진행된다. 1ㄴ. 영철은 가게에 갔다. 1ㄷ. 그는 배가 고프다. 첫째로 독자는 1ㄷ.의 ‘그’가 ‘영철’이라는 것을 추론해야 한다(대명사의 지시 대상 확인하기). 둘째로, 그는 배가 고프기 ‘때문에’ 가게에 갔다는 것을 추론한다(문장 간의 관계 확인하기). 그리고 ‘가게에서는 식품을 팔고 그는 식품을 약간 살 것이다’라는 추가적인 추론을 필요로 한다. 두 개의 간단한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양의 능동적 추론이 필요하다. 작자는 독자가 알고 있으리라는 정보를 생략하므로 글의 경제성을 살리고, 독자는 생략된 정보를 추론하면서 기쁨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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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명구 100선>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자왈: "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마음이 평온하고 너그러우며 소인은 마음이 항상 근심으로 조마조마하다." 1) 君子坦蕩蕩(군자탄탕탕): 군자가 평탄하고 넓다. • 坦(탄): (지면이) 평탄하다, (마음이) 동요가 없고 평온하다. • 蕩蕩(탕탕): 넓고 광대한 모양. 2) 小人長戚戚(소인장척척): 소인이 늘 근심에 차 있다. • 長(장): 장구하게, 늘, 항상. 常(상)과 같다. • 戚戚(척척): 근심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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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시> 행복<마음을 여는 시> 행복 허형만 시인 숲속에서 야생 초록빛 오디가 자주빛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그냥 그 모습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줏빛 속에서 햇볕과 빗소리도 함께 익어가는 것을 보아야 행복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먹빛으로 완성을 이룰 때 혀에서 꿈결처럼 무르녹는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유년 시절 맛보았던 그 맛 그대로 지금 늙어서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늙는 것도 익는 것이라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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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기획연재 : 이야기 문학] Ⅲ. 창작 이야기 조수웅 문학박사 <42호에 이어서> 이와 같은 문장은 창작과 다른 글쓰기를 구별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김동명의 시 ‘내 마음’에서 ‘내 마음은 넓다’라고 하지 않고 ‘내 마음은 호수요’라고 말해 ‘그대 노 저어’올 수도 있고 ‘그대의 뱃전에 부서’질 수도 있게 하는 것이 창작(문학적 표현)이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고 표현의 효과를 높이는 비유적 문장을 쓸 줄 안다면 이제 필요한 일은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갖는 것이다. 문학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발상이고 남다른 시각이고 자기만의 문장을 구사하는 일이다. 창조 행위는 새로움과 변별성이라는 차원을 끌어안고 있다. 누구나 하는 말을 누구나 하는 방식으로 늘어놓는 문장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담은 문장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흔히 문체(간결체, 만연체, 건조체, 화려체, 우유체, 강건체)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과 개성에 맞는 문장을 개발하는 일이 문장 훈련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창작한 작품을 돌려보기, 작품에 대해 토론하기, 창작한 작품을 공동으로 다듬기, 작품을 여러 방식으로 시연presentation하기: 우한용 외<문학>) 4) 창작기법 모든 소재, 모든 작가, 모든 습작에 딱 들어맞는 창작기법이나 그것을 비법으로 전달해줄 스승은 머릿속에나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는 없다. 설령 그런 스승이 있다손치더라도 ‘비법의 전달’은 무용하다. “장점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장점을 이룰 수 없다. 하얀색만으로는 더 하얀색을 만들 수 없다.”는 선문답이 그 대답이다.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 청춘 남녀가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소위 ‘참사랑’보다 더 절실하고 감동적인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짝사랑’이나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이 ‘참사랑’보다 찐한 사랑이 된다. 특히 현실이 아닌 문학작품에서 더욱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잘생기고 성격 좋고 공부 잘하는 친구보다, 괴짜고 가난하며 지질이 공부도 못하는 친구에게 더 강한 우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창작기법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방증인 것이다. 창작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신출내기가 정통 습작과정을 그것도 저명한 교수에게 꾸준히 배운 수많은 문창과 출신 응모자를 재끼고 당당히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모방에서 창작이 오고, 경험에서 상상력이 오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지만, 진정한 창작기법은 결국 독서, 습작,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찾아낸다는 말이다.(歐陽脩- 多讀. 多作, 多商量) 그렇지만 독자를 감동시킬 빼어난 작품이 되려면 구성, 문장 등 창작기초를 단단히 배워두는 게 필수다. 아무리 창작이 홀로 하는 밀실작업이라 해도 기초가 부족하면 자칫 자기만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굳혀버린 자기만의 스타일은 시간이 많이 흐르면 불치병처럼 고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습작 중에는 반드시 스승이건 또래를 불문하고 꼭 합평회를 해보는 것이 좋다. (손흥민-기본기, 정숙인-타고난 재능과 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