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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기대할 수 없는 어느 가족의 죄의식<발행인 칼럼> 기대할 수 없는 어느 가족의 죄의식 박일훈 법학박사 지난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문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실형(實刑)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재판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 7개 중 6개,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압력과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원 수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A4용지 375장 분량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 13개 중 8개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법적 판단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 재판부는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던 피고인(조 전 장관)이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린 채 오로지 자녀의 입시에서 유리한 결과만을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떠한 편법도 문제 될 것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교육기관들의 입학 사정 업무가 실제로 방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져 갔던 점을 고려하면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피고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 대립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 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정상적 감찰을 정치권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중단시켰다”며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찰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조 전 장관 판결문에는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족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증거로 제시돼 있었다. 조민씨는 2016년 5월 노환중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 지정 기부한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는데 그해 7월 지도교수에게 "교수님 성적 나왔는데ㅠㅠ 다른 두 과목은 괜찮고 각론1을 예상대로 엄청 망…꼴등했습니다ㅠㅠㅠㅠ”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조씨는 그해 10월에도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다. 조씨가 가족 채팅방에서 "제가 (장학금) 수상받으려 지나가는데 교수님들이 ‘아버지랑 많이 닮았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자 조 전 장관은 "부담되겠지만 할 수 없느니라ㅎ”라고 답했다. 그후 조씨는 2017년 3월 16일 가족 채팅방에서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부산대 의전원) 노환중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제가 탈 건데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음!”이라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 정씨가 "ㅇㅋ.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 척 해라”라고 답했다. 식구들끼리 나눈 문자 메시지가 참으로 볼썽사납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민정수석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이후로 조씨가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뇌물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은 "민정수석이 장학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적으로 받아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6일 조씨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인 조 전 장관이 지난 3일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이 같은 심경을 밝힌 것이다. 조씨는 이날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제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도 했다. 조씨는 자신의 의사 자격 논란에 대해서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수는 없다”며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동료, 선배들이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 아니냐”고 묻자, 조씨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조씨는 현재 허위 인턴십 확인서나 표창장을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사실이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인정돼, 지난해 4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됐다. 하지만 조씨가 해당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1심 판결 전까지는 입학 효력이 유지된다. 조씨가 너무 당당하게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을 보노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많은 국민은 조씨를 두고 어린 사람이 부모의 삐뚤어진 교육열 성화로 그동안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죄의식 때문에라도 받았을 상처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분명 누군가는 조씨 때문에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을 일이다. 조씨 아버지 조 전 장관은 수많은 ‘내로남불’로 사람들의 혀를 차게 했고 국론까지 분열시켰지만, 끝내 잘못 하나 없다며 회고록까지 냈다.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제출한 조씨의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고 한 2020년 어머니 정경심씨의 재판부 판결과 이번 조 전 장관의 1심 판결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떳떳하게 살아왔다는 조씨의 공연한 호기에 살빛 낮달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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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잘못이 있으면 고칠 줄 아는 새해가 되자<발행인 칼럼> 잘못이 있으면 고칠 줄 아는 새해가 되자 박일훈 법학박사 2022년 12월 말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이 설문에 응했다. 과이불개는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은 사자성어 ‘욕개미창(慾蓋彌彰)’은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과이불개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가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 특히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나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라는 등의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아울러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서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라고 개탄한 교수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념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는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60대·사회)”하다는 답변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 중 대다수는 향후 개선 방향으로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60대·사회)”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말해 "남탓보다는 제탓하기(60대·의약학)”의 자세가 바람직하겠다. 동시에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사회(50대·인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집단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는 의견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사자성어 과이불개는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공자가 하신 말씀이다. 논어 자한(子罕)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자의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 즉, 君子不重則不威니 學則不固라. 主忠信하며 毋友不如己者오 過則勿憚改니라고 하신 말씀이다. "군자는 신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학문을 익혀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과 신으로 중심을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라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런 실수와 잘못을 할 때마다 제대로 된 반성 위에 원인과 분석을 토대로 개선해 나간다면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고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꾸며서 얼버무리려는 작태는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호통치신다(논어: 小人之過也, 必文). 한편, 문재인 정부 마지막 순간에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 서명한, 이른바 심야 입법(midnight legislation)인 ‘검수완박법’은 입법권 남용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검찰이 방대한 독자적 수사 인력을 가지고 있어서 별 시답지 않은 사건까지도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경찰이 기소를 요청하는 사건만을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응당 검찰이 가지고 있어야 할 수사권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싹 박탈해버려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법치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동한 사람들, 그들은 아마도 잘못한 것이 많은 이들이리라. 뒤가 구리고 구려 끝내는 현 정부 끝나도록 밤잠도 이루지 못하리라. 180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연방파가 이런 식의 ‘심야 입법’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이끄는 공화파에 대항했다. 그러나 결국 연방파는 무너져 없어지고 공화파가 24년 동안 집권을 했던 역사야말로 오만한 입법의 결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일 것이다. 지난 정권 말기에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체성을 걸고 추진했던 공수처, 정당명부제, 부동산 세금 중과, 검수완박 등이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민심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일이다. 대선에 이어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랬고, 그리고 이제 곧 닥쳐올 내년 4월 10일 총선에서도 말이다. 물론 현 윤석열 정부가 다 잘한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선(次善)을 택할 줄 안다. 최악(最惡)의 구렁텅이에 나라가 빠지는 걸 원하는 국민은 없으니 차악(次惡)이라도 퍽 다행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다. 주처(周處)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하듯 자기 잘못들을 고치고 다듬어 올해는 모두 새로워지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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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성(誠)이 없는 정치는 헛되고 헛되다<발행인 칼럼> 성(誠)이 없는 정치는 헛되고 헛되다 박일훈 법학박사 어느덧 12월도 중순이다. 또 한 해의 끝자락에서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할 일들은 아직 많이 쌓여 있는데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가니, 마치 갈 길 먼 나그네가 저무는 석양을 난감하게 바라보는 형상이 아닐 수 없다. 장자(莊子)의 지북유(知北遊)를 보면 공자(孔子)가 노담(老聃, 노자)에게 지도(至道)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노자가 이에 답하는 중에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나서 산다는 것은 흰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뿐이다.”(人生天地間 若白駒之過隙)라는 말을 한다. 무릇 도(道)라고 하는 것은 깊고 멀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박식이 반드시 참된 앎이 아니요, 능변이 반드시 지혜가 아니듯 말이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 했으니, 도(道)라는 것은 애당초 말로써 한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데 비해 인생은 ‘흰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정녕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으니 실로 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 초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국민은 대부분 감격스러워했을 일이다. 대한국민이 받는 연말 선물로써 이보다 좋은 것이 있으랴. 세계랭킹 1위의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비록 1대 4로 패해 8강 진출은 무산되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저마다 감동 어린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중용(中庸)에 "성실함은 사물의 시작과 끝마침이니, 성실하지 않으면 사물이 없게 된다”(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는 말이 있다. 여기서 성(誠)은 ‘성실함’ ‘진실함’을 뜻한다. 어떤 일을 대하는데 성실하고 진실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진실하고 성실한 그 태도로 사람과 사물을 대할 때, 우리는 감동과 위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성(誠)은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마음 자세이고 출발점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김의겸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폭로된 제보를 바탕으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해 파란을 일으켰다. 김 의원은 장관에게 대통령과 함께 어떤 술자리에 갔느냐며 추궁을 하였고 누가 참석했느니, 어떤 노래가 불렸느니, 끝도 없는 디테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파만파 무성했었다. 경찰 조사에서 제보자의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바탕의 소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미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였다. 결국은 김 의원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라는 자가 진위도 불분명한 고작 녹음테이프 하나만 가지고서 일국의 대통령과 장관에게 똥물 세례를 퍼부을 수 있는 일이었던지 심히 의심스럽다. 어쨌거나 윤석열 정부의 이미지에 먹칠한 공로는 무시하기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성(誠)이 전혀 없는 위인이 아닐 수 없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지키려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겠다는 대통령실은 염치없고 성(誠)도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그리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끝내 이상민 장관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윤 대통령이 짊어질 몫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제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떨치기 어렵다. 야당 의원들은 공공연히 윽박지르기로 청문 시간을 날려 먹고, 사실 파악조차 안 된 추궁으로 오히려 무안을 당하기가 십상이다.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영리법인 한(국3M)’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로 넘겨짚고, 미확인 청담동 룸살롱 의혹을 추궁하던 의원들은 오직 정부·여당을 공격할 생각에 사로잡혀 진짜 중요한 질문을 망각하고 만다. 국회의원 수 절반을 훨씬 넘는 의원 수를 가진 제1야당 민주당은 줄곧 본질을 잊어버린 채 부차적 논란과 지엽적 말단에 관한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도대체 김건희 여사의 사진 연출이나 팔짱, 노 마스크가 제1야당이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문제인가. 민주당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비판한다면 화물차 기사의 임금·안전을 이슈화하고 법으로 보장하는 데에 그렇게 게을러서는 안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더 심하다는 지적은 굳이 불필요하다. 내부총질 문자부터 비속어 논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에 슬리퍼 공방까지 가십을 위기로 키운 일은 숱하게 많았다. 그러기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30%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낮게 고착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일까. 정부와 여당에 상처를 내기만 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관성에 매몰돼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쉽사리 잃어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정권 비판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이 핵심은 묻히고 가치는 실종되며 국민은 뒷전이 되고 만다. 지난 11월 말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32%, 국민의힘 28%로 국민 3분의 1 이상의 호감을 얻는 정당은 아예 없다. 성(誠)이 하나도 없어서 성실하지도, 진실하지도 못한 정치집단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국민 대다수의 심정은 연말을 맞아 더욱 공허하고 허망하다. 무릇 인생이란 게 흰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찰나의 순간일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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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발행인 칼럼>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 박일훈 법학박사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성경 구절 중에 예언자 아모스의 말씀이 있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 5장 24절) 우리는 8년 전 304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한동안 통탄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 국민 5천만 대다수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고 그 파장은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이번 이태원 참사로 156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다. 우리 사회엔 언제부턴가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고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라는 식의 관념이 일반 대중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문재인 정부는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통해 도덕적 위선이 드러나고 부동산 사태를 겪으면서 무능의 덫에 갇히고 말았다. 결국 촛불혁명을 등에 업고 탄생한 문 정권은 어이없게도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다만 문 정부 측 인사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잘 키워서 그를 야당으로 보내 대통령이 되도록 공신 노릇을 다했을 뿐이다. ‘진보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지도 않다’라며 국민은 다시 분열했고,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거대 여당 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를 국민은 마침내 간발의 차로 무릎 꿇게 했다. 국민의 기대가 늘 급변하고 돌변하며 다변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윤석열 정부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자)이나 ‘경육남’(경상도, 60대, 남성)과 같다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른바 ‘전문가 정부’를 주창하고 나섰다. 야당들도 일제히 ‘아재 내각·꼰대 내각’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지만 말이다. 사실 대선 때부터 틈만 나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라고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던가. 검찰과 관료 출신들로 대통령실과 내각을 꾸린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그들이 전문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지난 이태원 참사를 돌이켜 보면 윤석열 정부가 과연 전문가 정부인지 의심스럽다. 진정 윤석열 정부의 내각이 전문가 집단이었다면 그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사전 위기 징후들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며, 병력 지원 요청도 묵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참사 이후 줄곧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관료들은 정해진 법규와 원리에 충실한 집단이다. 주어진 업무에 일정한 성과를 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경직성과 폐쇄성 때문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정부가 참사 첫날부터 "주최자가 없어 대비하지 못했다”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보더라도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대통령 주변의 검사들과 특권층 엘리트들은 당연히 권력지향적이다. 국민과 눈을 맞추기보다는 최고 권력의 의중을 살피는 게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대통령실부터 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 책임자들이 하나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언사로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희생자를 사고자로, 참사를 사고로 끝까지 고집하는 것도 자기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행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최일선에 선 경찰 지휘부는 결코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무능하고 나태했다. 어떻게 위험이 도사린 현장을 놔둔 채 잠을 잘 수가 있으며 근무지를 이탈하고 늑장을 부릴 수가 있는가. 저런 위인들에게 과연 이 나라의 수사권을 통째로 쥐여 줘도 되는 일인가. 지난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윤 대통령에게 지금은 위기의 순간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뒤늦게라도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동시에 국정 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다. 그 선행조건으로 대통령실 참모들과 내각에 대한 개편 작업이 있어야 한다. 한편 우리 사회는 상시적인 재난 사회라고도 한다. 하루가 멀다고 매일같이 노동자 한두 명씩은 불의의 사고에 노출돼 목숨을 잃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죽음이 매년 2, 3백 명이나 된다고 한다. 재난이 늘 반복되고 심지어 대형 참사도 이어진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뒤늦게나마 가슴을 친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러가며 얻은 깨달음은 우리에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는 재난 상황에 그저 잠시 잠깐 놀라서 충격을 받을 뿐, 재난 당사자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진정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무심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각종 재난과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는 까닭이다. ‘공의’란 히브리어로 ‘째다카’라고 한다. 그것은 하느님과 사람 사이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말한다. 애통하는 사람한테는 같이 울어주고 기쁜 사람과는 함께 웃어주는 일, 즉 이웃의 즐거움이나 슬픔에 공감해주는 마음이 공의로운 것이다. 부디 우리 사회에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흘러서 이 땅에 다시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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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이준석, ‘싸가지 없이’ 살 길은 없다<발행인 칼럼> 이준석, ‘싸가지 없이’ 살 길은 없다 박일훈 법학박사 ‘싸가지’란 말이 있다. 어감이 별로여서 입에 올리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싸가지 없다’로 표현한다. 반대로 ‘싸가지 있다’라는 표현이 우스갯소리로 가끔 들리기도 하는데, 그 역시 별로 장려할 것이 되질 않는다. 싸가지는 ‘싹’과 ‘아지’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동물의 새끼나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미사 ‘아지’가 ‘싹’과 결합하여,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상태인 ‘싹수’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러니까 싹수는 싸가지의 좀 순화된 표현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감은 안 좋다. 싹수는 식물의 씨앗에서 제일 먼저 트이는 잎을 말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싹수가 노랗다’(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없다)라는 관용구에서 알 수 있듯이 싹수 역시 부정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여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중 하나는 ‘싸가지 없다’는 말일 것이다. 싸가지가 없다는 평을 듣는 이 전 대표에게 지난 6일은 정치적으로 실종선고의 날이었다. 실종선고가 실체적 사망을 뜻하지는 않지만 결국 법적으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 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가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이들이지 않으면서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잇따라 제기한 ‘가처분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정진석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정 비대위원장을 임명한 전국위원회 의결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정진석 비대위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지난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린 지 3개월 만에 분란의 일단이 수습되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과 당 윤리위의 추가 징계는 이 전 대표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었다. 1차전에서 이 전 대표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법원은 2차전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정에 힘을 얻은 윤리위의 행보는 홀가분했으며, 오도 가도 못 하게 만드는 교묘한 덫에 이 전 대표를 가두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준석은 무척 억울해할 것 같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속해서 이기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스스로 자부심도 컸을 것이다. 언제는 당원들이 "100년 만에 나올 만한 당 대표”라고 추켜세워주기도 했었다. 그러더니 ‘체리 따봉’ 문자 파동 책임을 거꾸로 자신에게 돌리는 데 대한 억하심정이 없을 수 없다. 당의 기강을 흔들고 권력투쟁에만 관심 있는 ‘윤핵관’들을 비판한 결과가 당원 투표로 선출된 자신의 축출이라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녕 냉정히 생각해보면 오늘의 이러한 사태를 이준석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입당 때부터 사사건건 부딪친 원죄보다도 그의 성 상납 의혹이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비록 경찰 수사에서 불송치 결정은 났지만, 이준석은 한 번도 성 상납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는 ‘이준석의 쓴소리’가 내는 효과를 반감시켰다. 한국 헌정사 최초 30대 보수당 대표라는 국민적 여망이 완전한 실망으로 추락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량이 좁아 다수를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기 일쑤였고,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비뚤어진 승부욕 근성에, 젠더와 세대 등 퇴행적인 갈라치기는 정통보수 당 대표로서의 권위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원내 경험이 없는 0선의 이준석을 당 대표로 뽑아준 보수 지지층 상당수도 그의 막가파식 ‘자해정치’에 어느새 등을 돌렸다. 당내 기반도 단단하지 않은 데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준석에게 손을 내밀 원내 인사는 없을 것이다. 추가 징계가 내후년 총선 직전에 풀리겠지만 현재로서는 공천권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밖으로 뛰쳐나가기엔 명분도, 세력도, 자금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더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준석이 얻은 게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은 지난 ‘4개월간의 반란’을 통해 그의 강인한 패기만큼은 잘 보여줬다. 대통령 권력이 가장 강한 때가 취임 직후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여의도 정치판에서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승패가 뻔한 싸움에서 굴복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냈다는 인상을 대중들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 결코 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제 이준석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지향하는 젊은 보수로서의 가치와 비전을 제대로 세워야 할 때다. 유감스럽게도 그가 당 대표가 되어서 보여준 정치는 국민이 기대하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보수가 아니라, 퇴행적이고 편협한 정치공학, 선거공학뿐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주문한다면, ‘싸가지 있는’ 이준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기 전에 이준석은 자신의 언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준석에게 늘 "싸가지가 없다”는 평이 뒤따른다. 보수 원로 이재오 고문이 그를 향해 "정치를 제대로 못 배웠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라도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싸가지 없이’ 살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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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과연 민주당에 출구는 있는가<발행인 칼럼> 과연 민주당에 출구는 있는가 박일훈 법학박사 지난 추석을 고향 인천에서 쇠고 무안에 내려오는 길에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우연히 ‘정치가 법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라는 논조의 칼럼을 읽게 됐다. 알만한 일간지의 칼럼치고는 글의 첫 문장부터가 천박했지만, 도대체 무슨 근거로 법치와 정치를 비교하며 법치를 정치 뒤로 밀어내려는지 의도가 궁금해졌다. 글을 다 읽고 나니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길 없었다. 그러고 보니 글쓴이는 법학에는 문외한인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기자 경력이 있는 자였다. 아마도 법치의 치(治)와 정치의 치(治)가 같으니 같은 반열에서 봐도 된다고 생각한 듯한데, 발상부터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한 나라의 중심 기둥은 헌법이다. 헌법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반 분야를 관장하는 힘인 국가권력은 바로 헌법을 통해 실현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헌법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헌법은 여러 정치 세력 간의 공존을 위하여 정치적 다툼이나 타협의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법규범에 비해 정치성이 짙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헌법보다 우선적일 수는 없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그 역시 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정치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전쟁을 위한 헌법’을 선호하면서도 끝내 현행의 평화헌법을 바꾸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위 칼럼은 종국에는 "미국 정치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적이 없는데 바로 그것이 미국의 정치 관행이다”라고 말하면서, 트럼프 전직 대통령을 옹호라도 하듯 "미국도 이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주장도 엉터리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사 물러난 닉슨이 퇴임 후 기소되지 않은 이유는 포드 대통령이 사면을 해줬기 때문이다. 또 클린턴 대통령이 재직 중 섹스 스캔들로 탄핵 소추를 당했지만 미 의회 상원에서 기각되는 바람에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뿐이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선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해 적폐 청산을 빌미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위 칼럼은 지금 민주당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상당히 의식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픈 심정에서 나온 글이었으리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늪에 빠진 민주당은 미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이재면 리스크’ 때문이다. 요컨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잘못된 선택이 근본 원인이다. 이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민주당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이 대표의 총선 출마와 당 대표 출마를 말렸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결코 이런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본인의 욕심에다 이미 구축된 친명체제 속에서 민주당 구성원들이 눈앞의 정치적 안위만을 좇은 결과다. 이 대표와 관련된 수사 혐의는 하도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특히 이 대표 주변인들에 의해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수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선 2024년 23대 총선까지 그 귀중한 시간을 오로지 ‘이재명 구하기’로 날려 보내야 할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에서 보듯 칼자루는 온전히 검찰에 쥐어져 있다. 경찰이 지난 정권 3년을 뭉개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무혐의 결론을 바꾼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흔히 봐온 풍경들이다. 국회 169개 의석수로는 국가운영과 정치 현안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수사와 일련의 사법처리 과정에서는 결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벌써 이 대표는 "전쟁”을 운운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겨우 말꼬리 잡기 수준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격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아니, 어쩌면 이 대표는 앞으로 닥쳐올 절박함과 공포를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도 변호사 출신이므로. 앞으로 대장동 백현동 특혜의혹 같은 10건 이상의 본 게임과 맞닥트려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사즉생의 마지막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다 같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옥쇄하자고 말이다. 그러기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발의하는 방법 이외엔 달리 묘수가 없다.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큰 취약점일 수 있다. ‘김건희 리스크’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현 정권 내내 윤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깎아내리고 심지어 조롱 대상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여론의 60% 이상이 특검에 찬성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김건희 특검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별로 없다. 설사 특검이 이뤄진다 해도 주가조작 연루 의혹처럼 검찰이 한 번 무혐의 판단한 사건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허위경력 등을 특검에서 다루기엔 일이 너무 우스꽝스럽게 되고 만다. 민주당의 가장 시급한 일은 정부와 여당의 독기를 빼는 작업일 것이다. 그리고 국가 현안이나 민생문제에 대한 대안 정당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록 이 대표는 상처받더라도 민주당은 후일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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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 규명에 35년이 걸리다<발행인 칼럼>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 규명에 35년이 걸리다 박일훈 법학박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권력이 자행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35년 만에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유린을 인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를 발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1960년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정신요양원 폐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복지원에 강제수용한 뒤 강제 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등을 일삼았고 피해자들을 사망·실종으로 처리하는 등 온갖 인권침해 행위가 이뤄졌다. 형제복지원이 부산시와 보호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에서 1986년의 약 11년 동안에만 입소자가 무려 3만 8,000여 명에 달했다. 여기서 입소자라고 하기에는 표현이 너무나 한가하다. 그들은 어쩌면 아무런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잡혀들어가 감금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가혹행위, 노동력 착취, 성적 학대, 인권유린 등이 잔혹하게 자행되었다. 진실화해위가 밝혀낸 국가폭력의 범위는 실로 방대했다. 부랑인 단속규정과 수용과정부터 헌법 및 관련 법령을 위반했고, 인권침해와 사망자 처리 의혹,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 정부 당국이 사건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랑인을 형사적 절차 없이 무기한 강제 수용할 수 있는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사태를 촉발한 원흉으로 지목됐다. 형제복지원은 부적응자나 반항자에게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고 강제 노역 대가로 지급한 자립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당시 시설 운영진이 사망자 신상정보를 허위 작성하거나 시신을 뒷산에 암매장해왔다는 그간의 언론 보도가 틀림없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사망자 수도 크게 증가해 처음 알려진 552명에서 657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진실 규명 대상에 포함된 피해자가 191명에 불과한 점을 보더라도 앞으로 진행될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두환 군부정권이 형제복지원의 참혹한 실상을 알면서도 피해 사실을 고의로 은폐·묵인한 정황을 담은 자료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1986년 국군보안사령부 회의 문건에는 형제복지원을 ‘불순분자에 의한 조직적 집단행동 유발 가능성이 높은 집단’,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를 하는 곳’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있던 납북귀환어부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 요원을 위장 침투시킨 사실도 있다고 한다. 그 당시 보안사는 교도소보다 강한 규율로 통제를 받는 수용자들이 탈출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시 역시 그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을 회유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이날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 수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검찰이 과거 수사가 잘못됐다며 제기한 비상상고를 기각하면서 피해자 명예회복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정부에는 공식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 실질적 구제라는 무거운 과제가 맡겨진 셈이다. 그런데 형제복지원 시설의 인권유린 실태가 드러났다고는 하지만, 피해자들이나 유족들이 배·보상을 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진실화해위의 권고에 강제성이 없는 탓에 배·보상을 받고 싶은 피해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진실 규명 접수를 미처 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자료가 대부분 소실된 만큼 직접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 뒷짐을 지고 있어 입법적 해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배·보상은 개별 소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진실 규명 결과가 소송에서 유용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정부와 국회는 마땅히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보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한편, 검찰의 비상상고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결정을 한 이유를 보면,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의 이유인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란 실체법 적용에 관한 위법 또는 그 사건에서의 절차법상의 위배가 있는 경우”라며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해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이 특수감금·폭력행위·횡령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특수감금죄에 대해 무죄, 인권침해와 관련 없는 혐의로만 징역 2년 6개월을 받은 사건(1989년 확정)에 대한 비상상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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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천박하고 천박하며 천박하고 상스럽다<발행인 칼럼> 천박하고 천박하며 천박하고 상스럽다 박일훈 법학박사 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지난달 30일 강원도 강릉시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여기서 이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몇 가지 이슈들(저소득층 지지 발언, 백현동 개발 감사원 감사, ‘김혜경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참고인 A씨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부인 김 씨의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참고인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라고 의미심장하게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실로 막말 수준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해당 사건이)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저와)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찰·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언론과 검찰이 나를 죽이려 한다’라며 돌아가신 분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오리발에 시치미 떼는 게 가히 올림픽 금메달 수준인 것이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 의원을 향해 "(이 의원과 관련한) 의혹마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맹비난한 일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악성 주술적 사고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보기에는 이 나라가 주술이 판치는 무당 나라에 강압 수사에 피의자나 피고인도 아닌, 참고인이 죽어 나가는 나라로 보이는가 보다. 이 의원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일 숨진 참고인 A씨가 김혜경의 수행 기사였다는 새 증언이 JTBC 취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숨진 참고인의 지인에 따르면 이 의원의 부인 김혜경을 위해 A씨가 수행 기사로서 운전을 직접 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의원 측은 즉각 그 사실을 부인했으나 다음 날인 지난 3일 JTBC는 이 의원 측이 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배우자 차량 운전기사에 1,5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당사자가 다름 아닌 참고인 A씨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제 이 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봉착하고 말았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음해와 왜곡”을 주장하자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릴 일이요, 곧이곧대로 밝히자니 그동안 순 거짓말쟁이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요, 사필귀정이다. 가는 곳마다 하는 말과 표현이 다르니 가히 그 언변 능력은 조조를 뺨치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진실성이 하나도 없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어디 그 정도로 그칠 일이겠는가. 입만 벌리면 거짓말에 탐욕이 가득하고 사람에게 욕설 퍼붓기를 밥 먹듯이 한다면 그의 가정과 그의 이웃과 그의 속한 집단이 과연 온전하겠는가. 그런데도 이 의원은 연일 파문을 일으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저소득층 지지자가 많다”는 망발에 이어 느닷없이 "의원 욕하는 플랫폼 만들자”라고 제안해 민주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은 이 의원은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다. 그래서 의원들의 번호를 알아 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자 폭탄’ 등이 팬덤 정치의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데에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해결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 소신파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의원은 지난 7월17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강조한 게 아직도 귀에 생생하며, "진정 이게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시나”라고 반문하며 꼬집었다. 또 당 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악성팬덤이 민주당다움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관하고 제도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노선이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당대표 후보 강훈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난, 항의 받는 의원들의 랭킹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이 의원은) 국회의원과 당원, 지지자 간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으로 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했지만,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자칫하면 이는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도 존재한다”고 피력했다. 여전히 이 의원에겐 ‘개딸’(개혁의 딸)이나 ‘양아들’(양심의 아들) 같은 강성 지지층이 있어서 반대 목소리를 언제든지 윽박지르고 위협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다수 국민이 보기엔 천박하고 천박하며 천박하고 상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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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국민은 언제나 적폐청산을 환영한다<발행인 칼럼> 국민은 언제나 적폐청산을 환영한다 박일훈 법학박사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의 경우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서 전 원장에게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킨 혐의를 적용했다. 두 사건 모두 북한과 관련해 과거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을 놓고 현 정부 들어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진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문제의 핵심은 고발당한 두 전 원장들이 각각의 사건의 결과를 뒤집거나 흔들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이대준 씨의 월북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한미군 당국이 확보한 대북 특수정보(SI)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가 SI 관련 자료를 조작해 ‘월북 몰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따라서 국정원 주장대로 박 전 원장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하려면 SI 첩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정보당국 수장이 SI 첩보를 살펴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시 국방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11분에 SI 첩보로 이대준 씨 사망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오후 1시 30분 국방부 기자단에 ‘실종사건’으로 공지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한 언론이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실관계가 바로 잡힌 것이었다. 이때 정보당국 관계자가 박 전 원장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고발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군 당국이 취득한)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검찰 고발의 부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SI 첩보를 열람하는 것과 가공 또는 폐기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의 경우,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히고도 송환된 북한 선원 두 명의 사건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북으로 돌려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탈북자들의 북송 여부는 관계부처 합동신문을 통해 결정되며, 탈북자 조사절차는 국정원이 주도한다. 따라서 서 전 원장이 조사를 서둘러 끝내고 탈북어민들을 북송했다는 게 국정원의 논리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흉악범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대해 내린 정책적 판단까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런데 위 두 사건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시간을 주목해야 한다. 즉, 사건 당일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종자가 북한 측에 발견됐다는 최초 보고 이후 총살 첩보가 보고된 오후 10시 30분 사이, 실종자가 생존해 있던 그 3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실종자 안전보장을 위해 과연 북한과 여하한 접촉 노력을 했는가이다. 아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는지, 노력했는데 접촉을 못 했다는 건지, 접촉을 못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이 절실하다. 목하 ‘문재인의 3시간’을 쟁점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을 맹비난하며 ‘박근혜의 7시간’을 문제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던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했다면 그런 정부의 수장은 반드시 그 책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 비리 혐의에 대한 현 정부의 전방위 사정을 두고 ‘정치보복’ 논란이 뜨겁다. 정권을 예기치 않게 내주고 사정 대상으로 전락한 야당에선 현 정부를 향해 산적한 국정 현안과 여야 협치, 통합 정치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내팽개친 대결주의적 정치보복이라며 결사항전이라도 할 태세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되면 과거 일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가 이뤄졌고 그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는 다소 거친 화법으로 정치보복론을 일축했다. 현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식도 윤 대통령과 같은 맥락에 있다. 한 장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야당을 향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조사 역시 권력 남용과 정권 핵심의 비리 개입 혐의에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야당 ‘잠룡’ 이재명 의원 관련 부분은 물론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국민은 한 개인의 정치생명보다도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사정을 원한다. 그것이 정치보복이든, 적폐청산이든 권력형 비리는 반드시 심판된다는 불문율을 우리는 이제 이 땅 위에 정착시켜야 할 때가 됐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든 말든, 국민 다수는 다음 총선을 떠올리며 오늘의 답답함을 견뎌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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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민주당, 파멸의 길을 갈 것인가<발행인 칼럼> 민주당, 파멸의 길을 갈 것인가 박일훈 법학박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5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63곳,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 중 2곳을 겨우 챙겼을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선방했다”라고 말한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경기도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라고 했고 김정란 시인은 "이재명 덕분에 몇 석이라도 건졌다”라고 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은 ‘0.73%포인트 차’ 석패를 앞세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위하면서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결국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이 되었다. 지방선거 직후인 2일 민주당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빼면, 혹자는 "대선 패배 원인의 분석과 평가, 당 혁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게 모든 비대위원들의 생각”이라고 해명했고, 혹자는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 우리는 완벽하게 졌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거듭 변화와 혁신을 명령했다”며 SNS에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모든 게 다 안갯속이다. 아니, 민주당은 사실상 내전에 휩싸였다. "이재명만 살았고 당은 죽었다”,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 등 날 선 비판들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졌잘싸’, 이 한 마디로 그동안 억눌러 왔던 분노가 증폭되는 느낌이다. 대선서 지고 조기 등판을 감행한 이재명 의원은 즐비하게 늘어선 자당의 지방선거 낙선자들을 지켜보고서도 과연 당 대표로 나설 수 있을까. ‘방탄조끼 시리즈’이자 ‘대선 연장전의 연장’이라는 시비에 휩싸일 것이 뻔한데 당은 과연 잘될 수 있을까. 앞으로 열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을 이길 대항마는 있는가. 4년 전 151곳에서 63곳으로 급감한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지역구에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은 2년 후 자신의 총선이 위태로워졌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당내 정치 공방은 예민해지고 또 거칠어질 것이다. 현재로선 내전의 끝이 어딜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과연 내홍의 시간이 혁신의 시간이 될지, 자멸의 시간이 될지는 오롯이 민주당에 달렸다. 흥분의 도가니에서 출발했던 문재인 정권의 말로가 사뭇 달라서 비참하기까지 하다. 민주당의 내전은 소위 친문계가 포문을 먼저 연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은 문 정권의 국정 실패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른바 586 정치인들은 대선과 지선 내내 교체대상으로 몰렸다. 폭주에 앞장섰던 일부 초선들은 계속 당을 휘두를 태세다. 그나마 바른 소리를 하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눈에는 젊은 혁신위원장감이었는데, 동반 사퇴를 당해야 했고 일부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지금도 독한 화살 세례를 받고 있다. 0.15%포인트로 가까스로 이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과연 그의 소감대로 ‘민주당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과거 오랫동안 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 정의 대 불의의 구도를 자양분 삼아 성장해왔다. 어찌 보면 보수 정당들이 보였던 낡은 행태로부터 종종 반사이익을 받아왔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민주당은 그 낡은 구도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당권 투쟁에 호흡이 가쁘더라도 이제 국민에게 무엇을 반성한다는 설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여전히 민주당은 강성 팬덤들에게 포획되어 있어서 민주적 논의는 억눌려져 있고 청년들은 주로 이벤트 행사에 이용될 뿐이라면, 단언하건대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민주당에는 미래담론의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하기 위한 토양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왜 미래형 역량을 지닌 정치가를 떠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치열하게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또 그것이 핵심이다. 이대로 당권 투쟁을 해본들 아무 답이 없으려니와 국민들도 아무 설렘이 없다. 민주당이 아직까지 ‘민주화 세력의 정신적 우월론’에 의지하기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그 깃발로 남루해졌다. 오히려 곳곳에 ‘무능의 덫’이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세금을 큰 폭으로 올리더니, 선거 때가 되자 "종부세를 깎아주겠다”라며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측은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현금을 더 준다고 국민의 삶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고, 일을 제대로 하다 보면 국민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반면에 선거 때 득표 계산에만 초점을 맞춘 정치 공학은 상대적으로 쉽고 손에 익으면 짜릿하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 민주당은 어느 쪽이 주특기였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들어 국민 다수는 현금을 기꺼이 받으면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이다.